동남극 모슨 빙하(Mawson Glacier) [Richard Jones 제공/연합]


인류가 지구온난화를 섭씨 1.5도 이내로 억제한다고 해도 이미 시작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인류를 시험대 위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 해수면 상승 속도는 지난 30년 동안 두 배로 증가했으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2100년까지는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영국 더럼 대학의 교수이자 이 논문의 주저자인 크리스 스토크스는 AFP에 "지구온난화를 1.5도까지 제한하는 것은 큰 성과"라면서도 "하지만 이 목표가 달성되더라도 해수면 상승은 적응하기 매우 어려운 속도로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2050년까지 해수면이 20cm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방파제가 없다면 이로 인해 전 세계 136개 주요 해안 도시에서 연간 약 1조 달러 규모의 홍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2억 3000만 명이 해발 1m 이내의 육지에 살고 있으며, 10억 명 이상이 10m 이내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사람들 모두 해수상승에 노출되는 것이다.

해수면 상승은 빙하와 산악 빙하의 붕괴, 그리고 기후 변화로 인한 과도한 열의 90% 이상을 흡수하는 바다의 팽창에 의해 발생한다.

스토크스 등 연구자들은 저널(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실린 글에서, 20년간의 평균 지구 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2도 높은데, 이는 앞으로 수 세기 동안 해수면이 수 미터 높아지는데 있어 충분한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실시한 마지막 주요 기후 평가 이후 과학 문헌을 검토한 결과, 스토크스와 그의 팀은 해수면 상승에 빙상(대륙 빙하, 육지를 덮고 있는 얼름덩어리)이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IPCC는 2021년에 인간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빨리 줄이느냐에 따라 2100년까지 해수면이 40~80cm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지만, 불확실성 때문에 빙상은 계산에서 제외했었다.

하지만 위성 데이터에 따르면, 해수면을 약 65m나 끌어올릴 수 있는 빙상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기후변화에 훨씬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란드와 서남극에서 녹거나 바다로 흘러드는 얼음의 양은 현재 연평균 약 4000억 톤으로, 지난 30년 동안 4배나 늘어 산악빙하에서 유출되는 양을 능가했다.

스토크스는 AFP에 "빙상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늦추고 싶다면 현재 기온보다 낮아져야 한다"라며 "빙상에서 해수면 상승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늦추려면 +1C에 가까운 장기적 온도 목표가 필요하며, 가능하면 그보다 더 낮아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인류는 다시 화석연료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석유가스 채굴을 독려하면서 기후변화 주제를 외면하고 있다. 파리기후협정 탈퇴도 공언한 상태다.

인류는 산업혁명이후 꾸준히 이루어진 혁신을 통해 공통의 난제를 풀어온 건 사실이다. 증기기관, 전기, 자동차, 백신, 인터넷, 모바일, AI 등이 모두 인류를 한단계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현재 인류가 맞이하고 있는 지구온난화는 개선의 문제가 아니라 생사의 문제라는 점에서 지금까지와의 혁신과는 궤를 달리한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더이상 인류가 생존할 수 없다면 다른 모든 혁신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우주개발이 이 문제에 대한 현재까지의 대답이지만 가능성을 예측하기 힘든 상태다. 일론 머스크가 인류를 위한 다른 행성을 찾아나섰지만 현재 목표는 한번에 100명씩 화성에 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수준이다.

이런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지오엔지니어링의 발전은 시급하지만 그마저도 지구온난화의 문제점을 직시하지 못하게 인류를 호도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예컨데 북극지방에 물을 뿌려 얼음의 두께를 키우자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논란의 대상에 머물고 있다.

지구와 인류의 생존과 관련한 연구는 다양하고 폭넒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지오엔지니어링 시험은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