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협회는 최근 포스코그룹이 해운전문기업인 HMM 인수를 통해 해운업에 진출한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는 해운생태계를 파괴하는 처사로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11일 발표했다.

해운협회는 "포스코그룹은 HMM 인수를 통해 해운업에 진출하여 물류비 절감 등 그룹시너지를 끌어내겠다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포스코는 HMM 인수 준비를 위해 삼일PwC, 보스턴컨설팅 그룹 등과 계약을 맺고 대규모 자문단까지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이다.

세계 컨테이너 해운시장은 소수의 초대형 선사에 의해 과점화 되고 있고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은 주력해운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컨테이너선 주력 기업인 HMM은 94만TEU의 수송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에 비해, MSC, MAERSK 등 해외의 초대형 선사의 수송 능력은 620만TEU, 440만TEU에 달해 이들 외국 선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철강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포스코에 HMM이 편입될 경우 자칫 해운 전문기업에 대한 투자보다는 주력 산업의 보조 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철강산업이 어려워질 경우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의해 정부와 업계가 어렵게 회생시킨 HMM이 희생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HMM 인수 배경에 물류비 절감이 있다고 하지만, 컨테이너선 운영은 철강 물류비와는 관계없는 생소한 분야이다.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컨테이너선 분야의 해운전문 경영이 불가능 할 수 있다.

특히,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은 모기업의 철광석 등 대량화물 운송을 시작으로 철강제품 수송까지 확대할 것이고, 이럴 경우 국내 기존 선사들은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등 해운생태계가 파괴되어 우리나라 해운산업 근간이 와해됨과 동시에 우리나라 수출입업계 전체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시키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대량화주 기업의 해운업 진출은 자가화물 수송으로 물류비 절감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해운 생태계도 파괴하는 등 국민경제에 피해만 가중시킨다는 것을 과거의 국내외 사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1980년대 이후 거양해운(제철원료), 호유해운ㆍ성운물산(원유), 동양상선(시멘트) 등 10여개 이상의 대기업 해운자회사의 실패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량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할 경우 운송비용 절감이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포스코가 거양해운을 운영하면서 원료 및 제품을 수송하였지만, 결국 자가화물 운송업체(Industrial Carrier)로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상실하여 한진해운에 매각되었다. 이 과정에 기존 벌크선사가 퇴출되었고, 포스코에도 막대한 손해를 끼친 바 있다. 이처럼 대기업이 해운을 자회사로 편입하여 성공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해운자회사의 수익성을 보장해 주기 위해 경쟁 운임보다는 협의에 의해 운임을 결정하기 때문인데, 특히 공기업 자회사의 인건비 비중이 높아 수익성을 맞추려면 수송단가의 상승은 불가피하게 된다.

해외에서도 세계 3대 철광석 수출 대기업인 브라질 발레사가 철광석 수출 호조에 힘입어 30여 척에 달하는 초대형 벌크선을 발주하여 해운업에 진출했으나, 최근 이들 선박을 매각하여 사실상 해운업에서 철수한 상황이다.

해운법에서도 대량 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할 경우 해운 전문 기업들이 도태될 것을 우려하여 법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해운법 제24조에는 “제철원료 등 대량화물의 화주가 사실상 소유 하거나 지배하는 법인이 그 대량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해운업 등록을 신청할 경우 해양수산부장관은 관련업계, 학계, 해운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정책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등록여부를 결정한다”고 규정하여 사실상 대량 화주의 해운업 진출을 제한하고 있다

물류정책기본법에서는 “국토교통부 장관은 해양수산부 장관 및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협의하여 화주기업과 물류기업의 제3자물류 촉진을 위한 시책을 수립, 시행하고 지원하여야 한다.”(제37조, 제3자물류의 촉진)고 규정되어 있어,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은 국가의 제3자물류 육성정책과도 전면 배치되는 것이다.

HMM [HMM 제공]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