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거대한 태평양 문어(Enteroctopus dodleini )는 과학자들이 시스케이프 알래스카 5호 탐사대의 5차 다이브 중 서베이어 해산에서 관찰됐다. 탐사대는 산소 극소 영역 위로 상승한 직후, 축구공만 한 크기의 졸린 문어를 목격했다. <NOAA>
문어가 팔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찰하고 분석해 보니 문어의 팔이 모든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 높은 유연성을 가지면서도 특정 임무에 대한 전문성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논문 제목은 다양한 자연 환경에서 문어 팔의 유연성이 복잡한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Octopus arm flexibility facilitates complex behaviors in diverse natural environments)이고, 사이언티픽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이에 따르면 문어의 8개 팔 중 앞쪽 4개는 주변 환경을 탐색하는 데 더 자주 사용하고, 뒤쪽 4개는 주로 이동(기어가기, 굴러가기 등)에 사용된다. 앞쪽 팔은 전체 팔 사용의 약 64%를 차지하여 더 자주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어의 모든 팔은 구부리기, 늘리기, 줄이기, 비틀기 등 4가지 기본 변형 동작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각 팔은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한 팔로 여러 동작을 동시에 수행하거나 여러 팔을 조율하여 복잡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연구진은 캐리비안과 스페인에서 촬영한 야생 문어 25마리의 영상을 분석하여 약 4,000개의 팔 동작을 분류했다.
이 연구는 실험실이 아닌 자연 환경에서 문어의 행동을 분석한 첫 번째 연구 중 하나로, 기존의 `왼손잡이'나 `오른손잡이'와 같은 좌우 선호가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러한 발견은 유연한 로봇 팔을 개발하는 데 영감을 줄 수 있다고 논문은 언급했다.
8개의 팔은 무엇을 하는가
이 연구는 야생 문어가 자연 환경에서 8개의 팔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진행됐다.
우선 팔 동작 분류를 통해 문어가 팔로 수행하는 다양한 행동을 시각적으로 분류하고 기록하여, 이들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는지 파악했다.
이어 기능적 전문성을 확인했다. 즉 모든 팔이 똑같이 보이지만, 특정 임무(예: 탐색, 이동)에 더 자주 사용되는 팔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 사용 패턴을 밝히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미래 로봇 개발에 영감
이 결과는 로봇 공학 및 신경 과학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어의 유연하고 정교한 팔 움직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의 소프트 로봇 개발이나 복잡한 신체 제어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신경 과학 분야에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연구가 미래의 로봇 개발 및 신체 제어 메커니즘 연구에 영감을 준다는 것은, 문어의 독특한 신체 구조와 움직임이 기존의 딱딱한 로봇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로봇들은 대부분 관절과 딱딱한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어 움직임이 제한적이고, 복잡한 환경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반면, 문어는 뼈가 없는 몸과 팔을 이용해 좁은 틈새로 들어가거나, 몸을 납작하게 만들어 이동하는 등 매우 유연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처럼 문어의 움직임은 딱딱한 관절 대신 부드러운 소재를 이용해 다양한 환경에 맞춰 변형할 수 있는 소프트 로봇(Soft Robotics) 분야에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한편 문어의 팔은 각기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각각의 팔이 동시에 여러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중앙의 뇌가 모든 팔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팔 자체에 있는 복잡한 신경계가 독립적으로 움직임을 조절하고 이를 뇌와 조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은 메커니즘은 8개나 되는 팔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방법을 보여주며, 이는 복잡한 다리나 팔을 가진 생명체의 신경 제어 방식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
DOI: 10.1038/s41598-025-10674-y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