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샘플러는 해양 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 여기서 얻은 해양 데이터와 플랑크톤 조사 기록을 연결시켜 분석한 결과, 해양 열파가 해양의 탄소 저장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드러나고 있다. <이미지: MBARI>


해양 열파(Heat Wave)는 해양 먹이사슬을 바꿀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심해로의 탄소 이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해양의 기후 변화 완충 능력을 약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쉽게 말해 바다는 탄소를 흡수해 바닥으로 떨어뜨려 봉인하는 `탄소 변기' 역할을 하는데, 해양 열파 때문에 이 변기가 고장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된 이 연구는 MBARI(몬터레이베이해양연구소), 마이애미 대 해양·대기·지구과학대학, 하카이 연구소, 샤먼 대학교,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덴마크 남부 대학교, 그리고 캐나다 수산해양부의 연구팀이 수행했다고 MBARI가 전했다.

이에 따르면 연구팀은 해양 폭염이 해양 먹이사슬과 탄소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10년 이상 알래스카만 수층의 생물학적 상태를 추적한 여러 데이터 세트를 결합했다. 이 지역은 이 기간 동안 두 차례의 해양 폭염을 경험했는데, 하나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다른 하나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했다.

MBARI의 연구 전문가이자 현재 로젠스틸 경영대학원 해양과학과 조교수인 주저자 마리아나 비프는 "바다에는 생물학적 탄소 펌프가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표층에서 심해로 탄소를 운반하는 컨베이어 벨트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은 박테리아와 플랑크톤을 포함하여 해양 먹이 사슬의 기반을 형성하는 미세 유기체에 의해 구동된다. 이 연구는 해양 폭염이 해양 미세 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결과적으로 심해로 탄소를 이동시키는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자금 지원을 받고 MBARI가 주도하는 협력 이니셔티브인 GO-BGC(Global Ocean Biogeochemical) Array 에서 수집한 정보를 활용했다. 이 이니셔티브는 로봇 부유 기구를 사용하여 해양 상태를 모니터링했다.

GO-BGC 프로젝트는 수백 대의 자율형 생지구화학 Argo(BGC-Argo) 부유체를 동원, 5~10일마다 수중 상하로 온도, 염도, 질산염, 산소, 엽록소, 입자상 유기탄소(POC) 등 해양 상태를 측정했다. 또한 캐나다 수산해양부가 수행한 Line P 프로그램에서 수집된 해수 샘플에서 플랑크톤 군집 구성을 추적한 조사의 계절별 데이터도 분석했다.

이 연구는 해양 폭염이 해양 먹이 사슬의 기초 단계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러한 영향이 수중 탄소 순환 방식의 변화와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다.

일반적인 조건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은 이산화탄소를 유기물로 전환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해양 먹이사슬의 기반인 셈이다. 이들이 더 큰 동물에게 먹혀 배설물로 배출되면 유기 탄소 입자로 변하여 표면에서 해양의 중층(200~1,000미터, 약 660~3,300피트)을 거쳐 심해로 가라앉는다. 이 과정을 통해 대기 중 탄소는 수천 년 동안 바다에 가두어지게 된다.

2013~2015년 폭염 기간 동안 광합성 플랑크톤에 의한 표면 탄소 생산량은 2년차에 높았지만, 심해로 빠르게 가라앉지 않고 작은 탄소 입자가 수중 약 200m(660피트) 깊이에 쌓였다.

2019년에서 2020년 사이의 폭염 기간 동안, 첫해에 해수면에 기록적인 양의 탄소 입자가 축적되었는데, 이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탄소 생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이러한 축적은 해양 생물의 탄소 재활용과 퇴적물 축적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탄소 펄스는 이후 박명층(twilight zone)으로 가라앉았지만, 심해로 가라앉는 대신 200~400미터(약 660~1,320피트) 깊이에 머물렀다.

바다는 탄소를 바닥에 가두는 `탄소펌프'

바다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탄소 흡수원(Carbon Sink)'이다. 바다는 사람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4분의 1을 흡수해서 지구 온난화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흡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생물학적 탄소 펌프(Biological Carbon Pump)다.

즉 바다 표면에는 아주 작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살고 있다. 이들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먹고 자란다. 플랑크톤이 죽거나 동물성 플랑크톤에게 먹히면, 이 탄소가 포함된 잔해물이나 배설물이 무거워져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이 탄소는 심해에 수백 년에서 수천 년 동안 갇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바다가 탄소를 가두어 지구 온난화를 막는 핵심 과정이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해양 열파(Marine Heatwaves, 바닷물이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지는 현상)가 이 생물학적 탄소 펌프의 작동을 방해한다는 것이 논문의 핵심 내용이다.

뜨거워진 바닷물은 플랑크톤이 살고 있는 해양 표층의 미세 생물 생태계, 즉 먹이사슬 자체를 바꿔버린다.

열파가 닥치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우세해진다. 이 작은 플랑크톤을 먹는 동물성 플랑크톤 역시 작아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만들어내는 배설물(탄소 알갱이)도 아주 작아진다. 작아진 탄소 알갱이들은 무게가 가벼워 심해까지 빨리 가라앉지 못하고 바다 표층 근처에 맴돌게 된다.

이 맴도는 탄소 알갱이들은 다시 박테리아나 다른 동물성 플랑크톤에게 먹혀 이산화탄소로 분해되어 바다에 녹아 있다가 결국 대기 중으로 다시 방출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바다가 심해로 탄소를 '확실히 내려보내서' 격리하는 능력이 크게 약화되는 것이다.

해양 열파가 바다의 탄소 흡수 능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은, 지구가 스스로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더 빠르게 높여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해양 열파 때 식물성 플랑크톤의 크기가 작아져

원래는 탄소 알갱이(플랑크톤의 잔해나 배설물)가 크고 무거워서 수심 수천 미터의 심해로 빠르게 가라앉는다. 심해는 아주 차갑고 어두워서 분해하는 생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탄소는 그곳에 오랫동안 봉인된다.

하지만 해양 열파 때문에 생긴 작고 가벼운 탄소 알갱이들은 심해까지 가지 못하고 표면에서 수백 미터 아래의 중간 수심(Twilight Zone)에 머물게 된다. 작은 알갱이는 빨리 가라앉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는 것이다.

중간 수심은 심해보다 따뜻하고 산소가 있으며, 박테리아와 동물성 플랑크톤이 훨씬 많다. 중간 수심에 쌓여 맴도는 작은 탄소 알갱이들은 그곳에 사는 박테리아나 동물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된다.

이 미생물들은 이 먹이를 소화하고 호흡하는 과정에서 탄소 알갱이를 원래 상태인 이산화탄소로 다시 분해하여 물에 녹여 배출한다. 이 이산화탄소는 심해에 갇히지 않고, 바다의 순환을 통해 결국 다시 표층(바닷물의 표면)으로 올라올 수 있다.

표층에 도달한 이산화탄소는 결국 공기 중으로 다시 방출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쉽게 말해, 탄소를 깊은 바닷속에 묻어버리지 못하고 중간층에서 '재활용'해 버려서, 원래 대기에서 제거했던 탄소가 다시 대기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바다의 온난화 방지 역할이 약해지는 주된 이유다.

Bif, M.B., C.T.E. Kellogg, Y. Huang, J. Anstett, S. Traving, M.A. Peña, S.J. Hallam, and K.S. Johnson. 2025. Marine heatwaves modulate food webs and carbon transport processes. Nature Communication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5-63605-w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