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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영접하는 이재명 대통령 (경주=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다음날인 30일(한국시간)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전격 천명했다.

현재 한국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미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며 "그것에 기반해 나는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 또한 일국의 주권사항이나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내지 보완과 미국의 기술 지원 및 연료공급 등이 수반될 필요가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승인'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을 바로 여기 훌륭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의 조선업은 곧 대대적인 부활(Big Comeback)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지난 8월 양국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일환으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50억달러(7조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상무부는 지난 14일 필리조선소를 비롯한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5곳을 자국 기업과 거래가 금지되는 제재 목록에 올림으로써 한미 조선협력에 강력한 견제구를 던진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조선소에서의 한국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언급한 것은 중국의 견제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의 위상 강화 측면에서 이정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승인' 입장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요청한지 하루만에 나온 것이었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져 북한이나 중국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며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 한반도 해역의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핵추진 잠수함 도입 의지를 공식 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해 운용하려면 소형 원자로와 농축우라늄 연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미국 측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핵추진 잠수함은 핵무기를 싣고 다니는 전략핵잠수함(SSBN)이 아닌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SSN)을 의미한다.

잠수함 연료로 저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려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필요해 후속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미국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때 오커스(AUKUS)라는 명칭의 미국·영국·호주 안보 협의체를 만들어 호주에 핵추진잠수함 공급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호주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도 유사한 형태로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는 방안이 일각에서 거론됐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오커스와 같은 핵추진 잠수함 협력의 문호를 한국에까지 열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 '결단'에 의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 성사되면 한미동맹의 위상 강화 측면에서 이정표가 되는 동시에 '동맹 현대화'를 기치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포함한 더 많은 역할을 한국이 맡길 바라는 미국의 기대와 요구가 강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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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의 대화 (경주=연합뉴스)

조선업 슈퍼 사이클 넘어 국가 위상도 높혀


조선업은 유럽에서 시작해 미국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넘어왔다가 최근에는 물량기준으로는 사실상 중국으로 넘어간 상태였다.

하지만 미국의 조선업 부흥 계획에 따라 한국의 기술력이 부각된 가운데 핵잠마저 건조하는 단계까지 오르면서 완전히 새로운 `조선 강국'의 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관련해 한 전문가는 "반스-톨레프슨법상 핵잠을 미국 영토 밖에서 건조할 방법은 거의 없어 보인다. 전함은 배라기보다는 무기라고 보는 시각에서 보면, 무기체계를 우리가 지배하는 필리조선소에서 지을 수 있게 승인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엄청난 기회이자 진전을 이룬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미국의 무기체계를 공유하는 동맹국으로의 지위가 공고히 되는 것"이라며 "이 기회를 잘 잡아 우리 조선업의 새로운 도약, 무기체계 공유를 통한 우리 안보의 공고화 등의 결실을 얻기를 기대해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