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멜리사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자메이카 서부 블랙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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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메이카를 강타한 허리케인 멜리사는 최근 몇 년간 기록된 수많은 강력한 폭풍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극심했던 폭풍으로 기록됐다.

30일자 사이언티픽어메리칸 투데이인사이언스에 따르면 멜리사는 최고 풍속 185mph(약 298km/h)를 기록하며 자메이카에 카테고리 5로 상륙했다. 이는 대서양에서 기록된 가장 강력한 상륙 허리케인 중 하나이며, 1935년 레이버 데이(Labor Day) 폭풍과 풍속 기록이 같다. 또한, 자메이카에 상륙한 허리케인 중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풍이다.

멜리사는 여러 기상 조건이 약화 요인으로 작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위력을 키웠으며, 특히 24시간 동안 풍속이 58mph(약 93km/h) 이상 증가하는 '극심하게 급격한 발달(extreme rapid intensification)'을 보였다. 일부 과학자들은 멜리사가 24시간 동안 약 70mph(약 113km/h)나 풍속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 폭풍은 자메이카, 아이티, 쿠바 등 카리브해 지역에 광범위한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다. 홍수, 산사태, 광범위한 정전, 주택 및 인프라 손상을 초래했으며, 안타깝게도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카테고리 6 등급 필요성 논의

멜리사처럼 전례 없이 강력한 폭풍이 발생하면서, 일각에서는 기존 사피어-심슨(Saffir-Simpson) 허리케인 풍속 등급에 카테고리 6를 추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카테고리 5는 최고 등급(풍속 157mph 이상)이지만, 멜리사처럼 185mph에 달하는 폭풍은 기존 등급을 훨씬 초과하는 위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멜리사의 엄청난 위력과 급격한 발달의 주요 원인으로 해수면 온난화를 지적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평년보다 훨씬 따뜻해진 해수가 허리케인에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하여 폭풍이 새로운 수준으로 강해지도록 부추긴다는 것이다.

멜리사는 기후 변화로 인해 대서양에서 점점 더 강력해지는 폭풍의 추세를 보여주는 사례이며, 기존 허리케인 분류 체계의 적절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적으로 지구 온난화의 영향

카테고리 6 도입이 거론되는 핵심적인 이유는 기존의 카테고리 5를 훨씬 뛰어넘는 극도로 강한 허리케인이 관측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며, 과학자들은 이러한 '메가 폭풍'의 증가는 지구 온난화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설명한다.

허리케인의 주요 에너지원은 따뜻한 해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폭풍이 이용할 수 있는 열에너지가 증가하게 된다. 이는 폭풍이 더욱 강력해지고(강도 증가), 심지어 육지에 상륙한 이후에도 오랫동안 위력을 유지하게 만드는 '연료' 역할을 한다.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짧은 시간 안에 폭풍의 강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급격한 강화' 현상이 더 자주, 더 극심하게 발생하고 있다. 허리케인 '멜리사' 역시 이 현상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사피어-심슨 등급은 카테고리 5(157mph 이상)가 최고 등급으로, 풍속이 160mph이든 190mph이든 모두 '카테고리 5'로 분류된다. 그러나 파괴력은 풍속 증가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카테고리 5를 초과하는 폭풍의 위험성을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192mph(약 309km/h) 이상을 시작점으로 하는 가상의 '카테고리 6'를 제안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추세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미래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에서도 지구 평균 온도가 2°C 상승하면 카테고리 6급 폭풍 발생 위험이 멕시코만에서는 두 배로, 필리핀 인근에서는 5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따라서 카테고리 6 신설 논의는 단순한 분류 체계 확장이 아니라,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전례 없는 '슈퍼 폭풍'의 위험을 경고하고 더 효과적으로 재난 위험을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