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 2023년에 클라리온 섬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는 Ctenosaura brachylopha의 현지 사진(in situ photograph).

(하단 왼쪽) 콜리마(Colima) 출신의 성체 C. pectinata (멕시코 본토에서 서식하는 근연종).

(하단 오른쪽) 클라리온 섬 출신의 성체 수컷 C. brachylopha. <출처=Ecology and Evolution. 모든 이미지는 Jacobo Reyes-Velasco가 촬영>


멕시코 본토에서 약 1100km 떨러진 클라리온 섬에 서식하는 가시꼬리 이구아나(Ctenosaura)가 인간에 의해 유입된 외래종인지, 아니면 자연적으로 확산된 토착종인지는 이 종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였다.

인간에 의한 유입으로 알려지면서 제거 수순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이 이구아나들은 인간에 의해 유입된 것이 아니라 섬의 토착종이며 자연적인 확산을 통해 섬에 도달했음이 입증됐다.

생태와 진화 (Ecology and Evolution)에 10월 24일 게재된 논문(Anthropogenic or Natural Dispersal: Case of the Spiny-Tailed Iguanas (Ctenosaura) on Clarion Island, Mexico)을 통해서다.

자연적 확산 입증...래프팅(Rafting)

유전학적 분석(계통 발생 분석) 결과, 이 이구아나들은 인간의 도움 없이 바다를 건너 확산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가장 유력한 확산 경로는 해류를 타고 떠다니는 식물 잔해(vegetation mats)에 매달려 표류하는 방식(Rafting)이다.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을 통해 이 클라리온 섬 개체군이 본토의 자매종(sister species)으로부터 약 42만 5천 년 전에 분화되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인류가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한 시기(1만 6천 년 ~ 2만 6천 년 전)보다 훨씬 이전의 일이다.

보존 정책의 전환..."보다 엄격한 과학적 증거에 기반해야"

이 결과는 이구아나들이 최근 인간에 의해 유입된 침입종(외래종)이라는 기존의 가정을 뒤집는 것이다.

이 논문은 클라리온 섬의 가시꼬리 이구아나들이 섬 생태계의 본래 구성원임을 입증하여, 제거가 아닌 보존을 위한 정책 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이 연구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 이구아나들이 42만 5천 년 전에 자연적으로 섬에 도착한 토착종임을 입증했다. 이 시기는 인류가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하기 훨씬 이전이다.

이 연구는 침입종이라고 잘못 낙인찍힌 종의 운명이 과학적 증거 하나로 어떻게 완전히 바뀔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됐다.

이는 해양 섬 생태계의 관리 및 보존 계획을 수립할 때 추정이나 과거 기록의 부재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유전학적 증거를 통한 근본적인 종의 기원 확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이구아나들이 본토에서 1100km 이상 떨어진 클라리온 섬에 식물 잔해를 타고(rafting) 자연적으로 도달했다는 사실은 해양 섬 생물지리학(Island Biogeography) 연구에서 장거리 자연 확산의 성공적인 사례로 기록된게 됐다.

이는 다른 고립된 섬이나 군도에 서식하는 종들의 기원과 확산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잘못된 가정으로 인해 멸종될 위기에 처했던 고유한 종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섬 보존 전략이 보다 엄격한 과학적 증거(특히 분자 유전학적 증거)에 기반해야 함을 입증한 중요한 사례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