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멜리사가 휩쓸고 간 아이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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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상도 모델로 지구의 미래를 예측한 결과 극한 강수가 기존 예상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제출된 `대기 역학적 증폭이 미래 극한 강수 위험을 심화시킨다' (Atmospheric Dynamical Amplification Intensifies Future Extreme Precipitation Risks) 제하의 논문에서다.

이에 따르면 기존의 저해상도 모델은 중규모 대류 시스템(mesoscale convective systems, MCSs)과 같은 극한 강수를 유발하는 주요 현상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해상도 시뮬레이션은 이러한 주요 대기 현상과 다중 규모 상호작용을 개선하여 극한 강수 예측을 크게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논문은 RCP 8.5(고탄소 배출) 시나리오에서 금세기 말까지 전 지구 육지에서의 극한 일 강수량이 약 39% 증가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논문의 근거가 되는 MESACLIP 프로젝트는 중규모 대기-해양 상호작용이 계절-십년(S2D) 기후 예측에 미치는 역할 이해(Understanding the Role of MESoscale Atmosphere-Ocean Interactions in Seasonal-to-Decadal CLImate Prediction)를 목표로 하는 기후 모델링 프로젝트다.

논문은 MESACLIP 프로젝트의 고해상도 기후 시뮬레이션(CESM-HR) 결과를 활용하여 다음과 같은 핵심 주장을 펼쳤다.

먼저 극한 강수 예측의 정확도 향상이다. 기존의 저해상도 모델이 중규모 대류 시스템(mesoscale convective systems, MCSs)과 같은 극한 강수를 유발하는 주요 현상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한다.

고해상도 시뮬레이션은 이러한 주요 대기 현상과 다중 규모 상호작용을 개선하여 극한 강수 예측을 크게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미래 극한 강수에 대한 예측을 시도한 결과 RCP 8.5(고탄소 배출) 시나리오에서 금세기 말까지 전 지구 육지에서의 극한 일 강수량이 약 39% 증가할 수 있음을 논문은 제시한다.

이 증가는 주로 향상된 역학적 기여에 의해 주도되는데, 저해상도 모델에서는 이러한 역학적 기여가 약 3배나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논문은 주장한다.

이 논문은 고해상도 기후 모델링이 미래의 극한 기상 위험을 파악하고 기후 위험 평가 및 적응 전략을 수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기후 예측의 '해상도' 높이기

이 프로젝트는 일기예보처럼 정확한 장기 기후 예측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의 장기 기후 예측 모델(계절-십년 단위)은 해상도가 너무 낮아서(약 100km 격자) 바다의 작은 소용돌이(10 km 내외)나 열대성 사이클론 같은 중규모(mesoscale) 현상들을 놓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고해상도 모델(CESM-HR)을 사용해 기후 모델의 해상도를 4배 이상 높여 (약 25km 격자), 이러한 중규모 상호작용을 포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해상도가 예측하는 미래의 위험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심사 중인 논문이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결과는 미래 극한 강수(매우 강한 비)에 대한 예측이다.

고해상도 모델은 저해상도 모델보다 미래의 극한 강수가 훨씬 더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증가 요인은 단순히 지구가 더 따뜻해져서 대기에 수증기가 많아지는 것(열역학적 요인) 외에, 대기 역학적 증폭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작용한다.

고해상도 모델은 열대성 사이클론이나 대기천과 같은 폭우를 유발하는 대기 순환 시스템 자체의 변화를 더 잘 포착한다. 이 순환 시스템의 강화가 비를 내리게 하는 효율을 높여 극한 강수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기존 모델이 미래의 폭우 위험을 크게 과소평가하고 있음을 경고하며, 고해상도 시뮬레이션만이 이 위험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기순환시스템의 파워 강화

역학적 증폭은 기후 변화로 인해 단순히 대기 중 수증기 양이 늘어나는 것을 넘어서, 폭풍우를 만드는 대기 순환 시스템 자체가 더 강해지거나 효율적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쉽게 말해, 재료(수증기)가 많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그 재료를 가지고 요리(강수)하는 조리 도구(대기 순환)의 성능이 훨씬 좋아지는 것이다.

역학적 증폭이 바로 MESACLIP 프로젝트가 고해상도 모델을 통해 강조하는 핵심이다.

지구 온난화는 제트 기류, 열대성 사이클론(태풍), 대기천(atmospheric rivers)과 같은 폭풍우를 전달하고 조직하는 대규모 대기 순환 패턴(Dynamics)에 변화를 일으킨다.

사이클론은 더 많은 수증기를 끌어모아 더 빠르게, 그리고 더 집중적으로 비를 퍼붓게 만드는 능력이 향상된다.

대기천도 마찬가지다. 태평양이나 대서양에서 수증기를 끌어와 내륙으로 수송하는 이 좁고 긴 수증기 통로가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나게 된다.

수증기(재료)가 많아진 상태에서, 이 강력해진 순환 시스템(조리 도구)이 비를 내리게 하는 과정을 매우 효율적으로 만들면서, 결과적으로 극한 강수량이 기대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게 된다.

기존의 저해상도 기후 모델들은 이러한 중규모의 역학적 변화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주로 재료(수증기) 증가의 영향만 계산했다.

MESACLIP의 고해상도 모델은 역학적 변화를 포착하여, 미래의 극한 강수 증가가 수증기 증가만으로 설명되는 수준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즉, 위험이 과소평가되어 왔다는 경고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