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발전소가 해양목장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미나이 그림.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로만 여겨졌던 해상 풍력 발전소를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이나 인근 발전소, 해양 목장(Marine Ranching) 등과 결합된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모델이 제시돼 주목된다.
해상 풍력 발전소가 전력망을 안정시키는 스마트한 도구인 동시에, 바닷속 물고기들을 불러 모으는 풍요로운 양식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학술지 Communications Engineering (Nature Portfolio)에 게재된 `Transforming offshore wind farms into synergistic aggregators to enhance renewable integration and grid flexibility—an Eastern China example' 제하의 논문에서다.
해상 풍력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전력망(Grid)에 무리를 줄 수 있고, 생성된 전기가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출력 제한(Curtailment)' 문제가 발생한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상 풍력 단지를 독립된 발전기가 아닌, 전력망의 유연성을 돕는 '역동적 집합체(Synergistic Aggregators)'로 진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는 중국 동부 사례를 통해 해상 풍력 단지를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및 주변 전력망과 정밀하게 통합한 결과, 기존의 전력 손실(출력 제한)을 최대 30%까지 감소시켰고, 전력망의 주파수 조절 능력을 향상시켜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높였음을 보고했다.
이 연구에서 특히 주목받는 부분은 풍력 터빈 하부 구조물을 활용한 생태계 조성이다. 풍력 단지 구역을 '해양 목장'으로 운영하여 연간 약 3만 5천 톤의 고품질 단백질(물고기, 조개류 등)을 생산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터빈의 기초 구조물이 인공어초 역할을 하여 굴, 따개비 같은 부착 생물과 물고기들이 모여드는 서식지를 제공했는데, 이는 재생 에너지 생산과 동시에 수산 자원 증식이라는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통합 시스템 구축을 통해 건설 및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연간 수백만 톤의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는 중국 동부(Eastern China) 사례를 통해 `에너지 생산 + 전력망 유연성 확보 + 해양 생태계 보전 및 식량 생산'이 동시에 가능한 모델을 입증했다. 이는 해상 풍력이 단순히 환경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시설이 아니라, 적절한 기술적 통합을 통해 해양 생태계를 복원하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다목적 허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