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바다 기회의 바다> 9. 스스로 질소 고정하는 해조류 발견...비료 안줘도 되는 시대 오나

질소 가스를 유용한 형태로 바꾸는 '세포 내 소기관' 특정...진핵세포에서는 처음
질소 고정 능력 있는 작물로 이어질 가능성..."질소비료에 의한 환경파괴도 완화"

윤구현기자 승인 2024.04.15 18:27 | 최종 수정 2024.04.17 15:11 의견 0
1000배로 확대한 Braarudosphaera bigelowii 세포 /Tyler Coale/네이처


과학자들이 질소 가스를 세포 성장에 유용한 형태로 바꿀 수 있는 세포 내 소기관을 발견했다.

조류(algae) 세포 안에서 발견된 이 구조물은 `니트로플라스트'로 불리는데, 작물 수확량을 늘리고 비료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는 평가다.

연구는 4월 11일 미국의 과학잡지인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네이처에 따르면 이 연구의 공동 저자인 미국 산타크루즈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의 해양 생태학자 조나단 제르(Jonathan Zehr)는 "교과서에는 질소 고정이 박테리아와 고세균에서만 일어난다고 나와 있다"며 "연구를 진행했던 조류 종은 `최초의 질소 고정 진핵생물'"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제르와 그의 동료들은 해양 조류인 Braarudospaera bigelowii가 UCYN-A라고 불리는 박테리아와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는 걸 발견했다.

연구진은 당시 이 박테리아가 조류 세포안에서 혹은 조류 세포에 붙어서 사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원들은 UCYN-A가 질소 가스를 암모니아처럼 조류가 성장하기 위해 이용하는 화합물로 전환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 대가로 박테리아는 조류로부터 에너지원을 얻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 연구진은 UCYN-A를 별도의 유기체가 아닌 조류 내부의 소기관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조류와 박테리아의 조상이 약 1억 년 전에 공생 관계에 들어갔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공생관계를 거쳐 현재 B. bigelowii에서 볼 수 있는 니트로플라스트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세포 내 소기관

연구자들은 박테리아 세포가 숙주 세포의 소기관이 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두 가지 기준을 적용했다.

첫째, 숙주 세포가 세대를 거듭하는 동안에 세포내 소기관의 구조가 계속 전달되어야 하며 둘째, 세포내 소기관은 숙주 세포 안에 있는 단백질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세포 분열의 여러 단계에서 수십 개의 해조류 세포를 이미지화하는 방법을 통해 해조류 세포 전체가 분열하기 직전에 니트로플라스트가 두 개로 갈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식으로, 다른 세포 구조와 마찬가지로, 니트로플라스트는 모세포에서 자손세포로 전달된다는 걸 확인했다.

다음으로, 연구원들은 니트로플라스트가 해조류 세포 안에서 스스로 자라는데 필요한 단백질을 얻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제르 연구원은 "각 숙주 세포 부피의 8% 이상을 차지하는 니트로플라스트 자체에는 광합성과 유전 물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단백질이 결여돼 있다"고 말한다.

제르 연구원은 "이 발견은 공동으로 연구를 했던 일본 고치대학의 하기노 교코(Hagino Kyoko)의 연구 덕분에 가능해졌다"며 "하기노는 연구실에서 조류를 키우는 방법을 습득하는데 약 10년을 보냈고, 이를 통해 조류를 더 자세히 연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에서 세포내 소기관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연구하는 시브 안데르손(Siv Andersson)은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들이 세포 내 소기관이라고 규정할 수 있도록 충분히 입증해 냈다"며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업그레이드된 식물

제르 연구원은 "니트로플라스트가 숙주 세포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건 스스로 질소를 고정시킬 수 있는 작물들을 만들어 내는데 있어 핵심적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런 유형의 작물은 질소 비료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질소비료 때문에 생기는 환경 문제를 말끔히 없애줄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 뒤셀도르프 소재 하인리히하이네 대학에서 공생 박테리아를 연구하는 에바 노왁은 "작물 수확량은 주로 질소의 이용 가능성에 의해 좌우된다"며 "스스로 질소를 고정하는 소기관을 갖는 작물은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 연구 결과를 식물에 도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경고한다.

즉 "유전자가 세대에서 세대로 안정적으로 전달되도록 조작될 필요가 있는데 니트로플라스트의 유전자 코드를 포함하는 세포에서 그렇게 해 내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있는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의 세포 생물학자 제프리 엘하이는 그럼에도 "이 연구가 앞으로 다양한 연구로 이어지는 결정적 기반이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윤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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