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쓰레기의 역습 ①부> 1. 바닷속 무덤, 버려진 그물망

윤구현기자 승인 2024.05.13 18:37 | 최종 수정 2024.05.16 11:35 의견 0

넓고 깊은 줄만 알았던 바다가 갈수록 쌓이는 쓰레기로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버린 그물·통발·낚시줄에 걸려 해양생물들이 죽어가고 있다. 잘게 쪼개진 플라스틱은 물고기를 거쳐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해양 쓰레기가 불러온 재앙의 현장을 둘러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본다. <뉴스커런트·팀부스터·OSEAN 공동기획>

볼락 제주도 서귀포 범섬 ©김미루 Instagram @psy_mirukim/해양쓰레기 생물피해 사례집 2

2020년 8월 제주도 서귀포 남단 범섬 인근 수심 9m에서 팀부스터의 한 멤버는 폐어망에 결려 죽은 볼락을 발견했다.

경골어류 쏨뱅이목인 볼락의 이름은 아름다운 비단에서 유래됐고, 우리나라와 일본에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는 곳이 일정해 무리를 지어 다니고, 낮 시간대에는 암초 부근에서 유영하거나 지형을 따라 암초 벽면에 머리를 위로 한 채 가만히 머물다가 밤이 되면 활발히 먹이 활동을 한다.

몸길이가 20~30cm가량이다.

해당 그물은 인근 해역에서 흘러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믈에 걸린 볼락은 빠져 나가기 위해 몸부림 치다 죽어간 것으로 보인다.

쥐치 전남 여서도 ©곽태진 Instagram @justin_kwak_tj/해양쓰레기 생물피해 사례집 2


2020년 6월, 팀 부스터의 한 멤버는 전남 완도군 청산면 여서도 북동쪽 연안 수심 16m 지점에서 그물코에 걸린 채 부패해 가고 있는 쥐치를 발견했다.

그물 안에는 쥐치 외에 여러 종류의 어류가 폐사한 상태로 남아있었다.

쥐치는 복어목 쥐치과에 속하는 어류다.

몸 길이가 25cm 정도이며 옆으로 납작하다.

수심 100m 미만의 암초 지역에 서식하는데, 우리나라 남해와 동해에 출현하며 일본 및 동중국해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령 그물코에 끼어 죽은 개체와 그물 안에 살아있는 개체가 동시에 발견된 사례다.

해당 사이트는 그물이 넓게 퍼져 있었고, 버려진 지 오래된 것으로 보였다.

말쥐치 여수시 거문도 ©김혜진 Instagram @moskino24/해양생물 피해 사례집 2

2019년 7월, 팀 부스터 한 멤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인 여수 거문도의 수심 10~15m 안팎의 어초포인트에 입수해 폐어구를 수거하던 중 인공어초에 걸려있는 폐그물 조각에 걸려 폐사한 말지취를 발견했다.

어초는 해양생물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기 위해 설치한 구조물인데, 특성상 물살에 따라 흘러다니는 그물도 모여들게 마련이다.

때문에 인공어초에 몰려드는 해양생물이 폐그물에 걸려드는 악순환이 생긴다.

말쥐치는 최대 35cm까지 성장한다.

몸과 머리는 옆으로 심하게 납작하며 몸길이가 몸높이에 비해 약간 길어 쥐치에 비해 긴 타원형의 외양을 보인다.

어릴 때에는 물에 떠다니는 해조류의 그늘 아래에서 주로 서식하다가 자라면서 깊은 곳으로 내려가며 완전히 자라면 낮에는 중층, 밤에서는 하층에서 지낸다.

어구 중에서 유자망은 미세하고 얇은 모노필라멘트를 사용한다.

그물이 촘촘하고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다이버들에게도 아주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주위의 도움 없이는 벗어날 수 없는 죽음의 덫이다.

해양생물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유자망 관리가 절실하다.

윤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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