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바다 기회의 바다> 24. 중국이 잘하는 것도 있네?...이산화탄소 배출량 조만간 정점 찍을듯

이현주기자 승인 2024.09.20 16:26 | 최종 수정 2024.09.20 18:21 의견 0
중국 하이난의 원전 건설 현장 <사진=복건일보 캡처/연합뉴스>.


세계는 주요 기후 곡선의 기울기가 꺾이는 걸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정점을 찍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계속 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이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다는 차원에서 중국의 배출량 관리는 하나의 모범사례가 될 전망이다.

20일 영국의 과학전문저널인 네이체에 따르면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의 탄소 배출량이 `2030년 이전에 정점에 도달하겠다'는 중국의 기존 약속보다 훨씬 앞당겨 조만간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는 분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10년 이상 중국의 배출량 추세를 추적해 온 분석가이자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싱크탱크인 아시아 사회 정책 연구소(Asia Society Policy Institute)의 연구원 로리 밀리비르타는 “내년과 향후 10년간 중국의 배출량 추이가 전 세계 기후 노력의 성공에 절대적으로 결정적일 것”이라고 네이저 지에 말했다.

영국 런던 소재 싱크탱크인 엠버(Embe)r의 전기 분야 분석가인 데이브 존스는 네이처 지에 “중국의 배출량이 정점에 도달하면 전 세계 배출량도 정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한다.

물론 일부 연구자들은 중국 경제의 추이와 같은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현재의 정점 예측에는 큰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기는 하다.

일부 연구자들은 정점에 도달하는 것이 주요 기후 이정표가 되겠지만, 중국의 배출량이 순 제로로 계속 감소해야 하며, 이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앞당겨진 정점


중국은 4년마다 기후 변화에 관한 국가 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엔에 보고하고 2년마다 별도의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다만 이 통계에는 시차가 있는데, 중국의 가장 최근 통계는 2018년에 대한 것이다.

밀리비르타의 평가에 따르면 중국의 배출량은 지난 3월 이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에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지만, 올해 중국의 청정 에너지 생산이 2023년의 기록적인 성장률을 유지하고 에너지 소비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그는 말한다.

중국은 2023년에만 무려 217기가와트의 태양광 발전 용량을 설치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통틀어 137기가와트를 설치한 것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 수준이다.

밀리비르타는 중국 정부, 기관 및 민간 기업의 에너지, 산업 및 관세 데이터를 분석하여 중국의 월간 CO2 배출량을 계산한다.

그는 현재의 감소 추세는 주로 청정 에너지의 성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조만간 보게 될 정점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에서 화석연료 전환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라이나 쿠이의 모델링에 따르면 2025년 이전에 배출량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쿠이의 팀은 친환경 기술의 빠른 보급과 철강 및 시멘트와 같은 배출 집약적인 제품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인해 배출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녀는 “배출량 정점은 한 지점이 아니라 여러 정점들이 모인 복잡한 과정일 수 있다"고 네이처 지에 설명했다.

단기적인 변동은 이전에도 있었다.

중국의 배출량은 대기 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캠페인으로 석탄 사용이 감소한 후 2013년부터 2016년 사이에 감소했었다.

그러나 화석 연료 소비가 다시 증가하면서 추가적으로 상승했다.

다른 분석가들은 중국의 최근 배출량 감소가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추세의 시작인지 확실하게 평가하려면 1년 정도는 더 걸릴 것이라고 진단한다.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둔 클라이밋 애널리틱스의 최고 경영자인 빌 헤어는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라며 "일반적으로 연구자들이 추세를 예측하려면 5년 간의 배출량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네이처에 설명했다.

정점 이후


배출량 정점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의 시작에 불과하다.

독일 포츠담 기후 영향 연구소의 에너지 연구원인 군나르 루더러는 지구 온난화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도 배출량을 순제로로 줄이기 위한 노력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네이처에 말했다.

중국은 2060년 이전에 이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빌 헤어와 그의 동료들은 중국의 기술 및 정책 동향을 평가하여 중국의 배출 궤적을 예측해 왔다.

이들은 두 가지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있는데, 하나는 몇 년 동안 배출량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이고 다른 시나리오는 배출량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변수는 중국이 현재 건설 중인 석탄 발전소의 가동 여부와 재생 에너지 발전소를 얼마나 빨리 배치할지 여부다.

핀란드 헬싱키에 본사를 둔 싱크탱크 에너지 및 청정 대기 연구 센터와 미국 캘리포니아 코비나에 본사를 둔 비정부기구인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가 8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 덕에 올 상반기에 전년 대비 83% 적은 석탄 발전 추가 가동을 승인했다.

이는 현재 건설 중이거나 건설을 기다리고 있는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향후 몇 년 내에 중국의 석탄 발전 용량 확대가 끝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중국이 석탄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하지만, 국영기업과 지방 정부 등에서 “기득권층의 많은 반대가 있을 것"이라고 밀리비르타는 네이처에 말했다.

중국의 경험은 개도국에 귀감이 될 듯


중국은 각각 1979년과 2005년에 배출량이 정점에 달했던 유럽연합과 미국에 비해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는 데 훨씬 더 짧은 기간이 주어진 케이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우한 화중과학기술대학의 기후 경제학자 선용핑은 중국의 배출량 정점 이후 감축 능력에 대해 확신하고 있다.

네이처와 인터뷰에서 그는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기술과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제조 능력, 이 두 가지가 필요한데 중국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라고 말한다.

다른 국가들에게 중국의 사례는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기후변화 경제학 연구원인 미 지푸는 “현재 전 세계 배출량 증가는 주로 개발도상국의 경제 확장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며 “중국의 탈탄소화 경험은 경제 성장과 배출량 분리를 위해 노력하는 다른 개발도상국들에게 귀중한 교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평가했다.

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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