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I "항만과 콜드체인 연계해 농수산물 수출 확대...새 국가성장 동력으로 키우자"

콜드체인 기반 농수산물 가공 및 수출 연평균 14.5% 증가 `고부가가치 창출'
우리나라는 농수산물 수입에 치중...가공 및 재수출 중심으로 전환시켜야
"자유무역지구에 인프라 구축하고 업체 유치해야...혁신적 국가성장 모델될 수 있어"

윤구현기자 승인 2024.10.14 16:08 | 최종 수정 2024.10.14 16:15 의견 0
KMI 건물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항만에서 콜드체인(Cold Chain) 기반의 농수산물 가공·수출을 확대, 혁신적인 국가 경제 성장 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콜드체인 시장이 향후 10년 동안 연평균 14.5%의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농수산물 제조 및 가공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콜드체인은 식료품처럼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품 등을 생산-소비까지의 전체 과정에서 적합한 온도에 맞춰 관리하는 신선도 유지 목적의 시스템이며, 이를 통해 제품의 안정성을 갖출 수 있는 물류시스템이다.

이런 혁신을 위해서는 농수산물 제조 및 가공 기업의 자유무역지역 입주 제한을 크게 완화해 농수산물 특화 클러스터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KMI 동향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KMI는 "세계 경제는 중장기적으로 저성장이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항만물동량 증가율이 둔화될 전망"이라며 "고부가가치 콜드체인을 구축해 질적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콜드체인 시장은 향후 10년 동안 연평균 14.5%의 높은 성장이 전망되며, 아시아·태평양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14.5%의 고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부문이 농수산물을 제조·가공해 수출하는 식품 부문인데, 농림어업의 부가가치율은 제조업 28.8%의 1.7배 높은 50.5%에 달한다.

이는 농수산물이 단순히 국민의 먹거리에 그치지 않고 국가 경제성장을 이끄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KMI는 강조했다.

콜드체인 시장 전망 <그래픽=KMI>


세계 주요 항만, 농수산물 가공·수출 확대

네델란드는 로테르담항이라는 우수한 항만시설과 배후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추고 지난해 1천362억달러의 농산물을 수출했다.

그중 33.7%인 459억 달러가 수입 농산물을 가공한 뒤 재수출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하며 이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 농산물 수출액인 90.2억 달러의 5.1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KMI는 지적했다.

KMI는 "네델란드의 성공비결은 항만과 항만배후단지를 활용한 비즈니스 전략, 즉 로테르담항이라는 우수한 항만시설과 배후 콜드체인 시스템을 활용해 전세계에서 수입된 각종 농산물을 가공, 보관하고 신속하게 수출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 오클랜드항은 콜드체인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국 내 냉동컨테이너 수출액 1위를 기록했으며, 벨기에 앤트워프항도 대규모 콜드체인 보관시설, 가공·수출 연계 및 신속한 세관 검사 제도 운영 등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수입 중심...수출 늘려 부가가치 창출해야

우리나라 농수산물은 여전히 수입 중심으로, 수출액은 수입액의 1/4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농수산물의 부가가치가 수출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부가가치 창출 수준은 낮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KMI는 분석했다.

다만 최근 가공품을 중심으로 수출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건 긍정적인 측면으로 지적됐다.

2023년 1억 달러 이상 수출된 농수산물 15개 품목 중 11개가 가공품이었다.

또한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동남아, 미국서부 등 신선한 농수산물을 가공·수출할 수 있는 넓은 소비시장을 갖고 있어 첨단 콜드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농수산물 가공이 확대되고 밸류체인을 연계한 푸드테크가 결합된다면 우리 농수산물 수출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KMI는 분석했다.

KMI는 "이러한 농수산물 가공·수출 활동과 푸드테크 적용을 위한 최적지는 항만"이라며 "우리나라 농수산물 수출입의 99.6%가 항만에서 처리되고 있으며, 가공 및 기술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넓은 항만 자유무역지역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KMI는 말했다.

자유무역지구에 농산물 가공기업 입주 더 쉽게 해야

그러나 자유무역지역에 농산물 가공기업은 입주가 제한되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2021년 `자유무역지역법' 개정을 통해 수입 농산물을 원재료로 하는 제조·가공 기업의 입주제한이 일부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자유무역지역 입주를 위해서는 관세청과의 협의 절차가 남아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제도개선에 대한 홍보 부족과 농산물 가공·보관 전후 중량 감소로 인한 손모율 증빙 어려움, 그리고 이에 대한 기업과 관세당국의 인식 격차가 남아있다고 KMI는 분석했다.

KMI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상호 노력과 다양한 정책 기반이 마련된다면 우리 농수산물 수출을 지금보다 2배 증가시키고, 국가 경제 성장을 위한 부가가치 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역설했다.

KMI는 "이러한 우리 농수산물 수출 배가는 항만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항만은 국내 농수산물 가공·수출의 최적지"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KMI는 몇 가지 정책제안을 내놓았다.

우선 농산물 제조·가공기업의 자유무역지역 입주 제한을 더욱 완화하는 것이다.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물품관리체계를 갖추는 경우에는 입주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밀수, 관세포탈 등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손모율 기준 마련, 전문기관 지정 등 손모율 심사·관리 체계 구축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KMI는 지적했다.

또 농수산물 특화 클러스터 구축이 필요한데, 농수산물 수출입 규모가 큰 항만과 항만배후단지를 활용하여 농수산물 가공 및 수출에 특화된 프로세스를 제공하는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여기에 첨단기술 기반의 농수산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최적의 콜드체인 프로세스 운영과 푸드테크 기술 개발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KMI는 제언했다.

KMI는 "우리나라 농수산물 가공·수출이 증가한다면 항만의 부가가치 창출을 넘어 혁신적인 국가 경제 성장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구현기자

저작권자 ⓒ 뉴스커런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