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포드 연구진이 해양 탄소 저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미생물에서 놀라운 유전적 변이를 발견했다.
남조류 또는 시아노박테리아로 알려진 이 미생물은 같은 유기체에서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두 가지 형태의 유비쿼터스 효소를 동시에 보유하는 게 확인됐다.
17일자(현지시간) 스탠포드 뉴스에 따르면 스탠포드대 지구시스템과학 조교수이자 미 국립과학원 회보 11월 25일자 논문의 주요 저자인 앤 데카스는 “이것은 뭔가를 찾다가 더 좋은 다른 것을 발견하는 과학의 훌륭한 예”라고 말했다.
시아노 박테리아는 지구에 식물이 등장하기 훨씬 전인 수십억 년 전에 광합성을 발명했다.
이산화탄소와 햇빛으로 식량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 미생물은 공기 중으로 산소를 방출하여 오늘날 지구의 대기를 다양한 생명체가 살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었다.
데카스는 “시아노박테리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생명체"라며 “지구 대기에 산소를 공급하고 생물학적 혁명을 일으켰다”라고 스탠포드 뉴스에 말했다.
`아주 특별한' 시아노박테리아
식물과 마찬가지로 시아노박테리아도 리불로스 이인산 카르복실라아제 또는 로비스코(RuBisCo)라는 효소를 사용하여 이산화탄소를 바이오매스로 전환한다.
자연계에 가장 풍부한 단백질 중 하나인 루비스코(RuBisCo)는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인 I형 루비스코(RuBisCo)는 카르복시좀이라는 구조를 사용하여 산소가 아닌 이산화탄소와 선택적으로 반응하여 광합성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 형태 II로 알려진 덜 일반적인 유형의 효소를 가진 유기체는 카르복시좀이 부족하여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이산화탄소로부터 바이오매스를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다.
스탠포드 지구시스템과학 박사후 연구원인 제1저자 알렉스 재프는 "일반적으로 유기체에는 한 가지 형태의 루비스코만 존재한다"고 스탠포드 뉴스에 말했다.
그래서 그는 해양 미생물의 탄소 고정을 연구하던 중 예외적인 현상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중남미 연안의 심해에서 채취한 바닷물 샘플의 DNA를 분석하던 재프는 얕은 물 DNA 샘플이 우연히 섞여 들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는 섞인 샘플에서 시아노박테리아가 두 가지 형태의 루비스코 유전자를 모두 가지고 있는 걸 발견했다.
재프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추가 연구를 통해 두 가지 형태의 효소가 모두 존재하고, 얕은 물의 시아노박테리아에서 광합성에 활발하게 사용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재프는 “두 가지 버전이 있으면 한 가지 버전만 있을 때보다 물에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거나 잠재적으로 조금 더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산소와 빛이 모두 부족한 수면 아래 약 50~150m의 `산소 희박' 구역에서는 효율성이 생존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데카스는 “그곳에서 살기는 매우 어렵다”며 “광합성을 하는 유기체의 경우 빛이 부족하면 에너지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 저장과 고효율 작물
이 연구 결과는 기후 변화로 인해 바닷속에 저산소 구역이 확대됨에 따라 해양의 탄소 격리 능력이 어떻게 변화할지 과학자들이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부 시아노박테리아가 두 가지 형태의 루비스코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더 효율적으로 탄소를 저장하고, `산소 희박' 구역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증식할 수 있을을 시사한다.
두 개의 루비스코가 하나보다 낫다면, 이 발견이야 말로 더 효율적인 작물 재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수십 년 동안 연구자들은 더 적은 비료와 물로 더 많은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형태 I 루비스코를 설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재프는 “식물 공학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계속 고민해 보겠다"라고 스탠포드 뉴스에 말했다.
재프는 "이 연구 결과를 통해 어려운 환경에 적응하는 생명체의 능력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됐다"며 “이런 유전자는 유기체의 신진대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유연하고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재구성되고 뒤섞일 수 있는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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