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AA 연구원이 샘플러를 작동하고 있다. <사진=NOAA 홈페이지>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NOAA(해양대기청) 및 NASA(우주항공청) 인원 축소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인원 축소에 따른 효율성에 비해 손실이 훨씬 더 크다는 게 명약관화함에도 몰아부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그리고 실제로 세계를 대표하는 날씨 및 기후 기관이자 미국 기상청 (NWS)의 모기관인 NOAA는 지구 안팎에 결쳐 인력과 장비를 가동하고 있다.

13개의 기상위성을 운영하고, 200개가 넘는 심해부표를 관리하며, 1만600개 이상의 주, 지방 및 연방정부와 대학, 민간기업이 제공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에서 날씨 및 기후 정보를 수집한다.

하지만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정면 노출된 상태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1만3000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 기관은 1000명 이상의 직원을 감축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이미 2월 말에 약 1300명을 감축한 상태다.

NOAA에 대한 압박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지만 이미 어느정도 예측이 됐었다는 측면이 있다.

외신에 의하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점점 더 채택하고 있는 보수정권의 청사진인 Project 2025 문서의 674페이지에 `NOAA 해체'라는 제목의 섹션이 포함되어 있다. 다음 페이지에서 이 기관은 `기후변화 알람의 핵심 원동력 가운데 하나'로 묘사돼 있다. `지구온난화 사기'의 원흉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살펴보면 NOAA를 위시해 환경관련 기관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경고음을 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한국의 영남권 등 세계 곳곳에서 기후와 관련된 산불이 발생했다.

스페인 홍수에서 보듯이 대기 강(길고 좁은 공기 중 수증기 띠)이 증가하여 홍수를 유발하는가 하면, 다른 지역에서는 가뭄이 심화되었다.

작년은 세계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C의 온난화 한계를 넘은 첫 해였는데, 이 숫자는 파리기후협정에서 지구가 돌이킬 수 없는 기후재앙으로 않도록 피해야 할 벤치마크로 선언했던 바로 그 한계치다.

환경론자들은 지구가 열병에 걸렸는데, 최근 NOAA의 해고사태는 의사들을 해고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경고한다.

NASA도 피를 흘리고 있다. 최근 이 우주기관은 연방정부의 인력감축 지시에 따라 기술, 정책 및 전략 사무소와 수석과학자 사무소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후 연구에 영향을 미치는 조치다.

NASA는 우주에서 해수면 상승을 관찰하고, 최고의 지구 표면온도 분석도 해 왔다.

이런 분석은 기후변화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대한 이해에 기여하며,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권자는 사람들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선택을 할 수 있다.

NASA의 감축은 미국 기업의 경영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포춘100 기업의 74%가 "NASA 지구과학 데이터를 일상적으로 사용하여 비즈니스 운영, 물류 및 위험 관리를 지원하다"고 말할 정도다.

기업들은 위험한 폭풍이 오기 훨씬 전에 비행기를 지상으로 유도하고, 화물선을 안전한 항구로 피항시켜왔다.

NOAA나 NASA의 축소는 기상예보의 질적수준을 낮추는 위험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모든 데이터는 품질 관리, 검증을 거쳐 거대한 날씨예측 모델에 반영되어야 한다"며 "NOAA는 이 모든 작업에 정점에 있다“고 말한다.

미 상공회의소 추정에 의하면 기후회복력과 대비에 1달러를 쓰면 피해액이 13달러 절감된다.

게다가 NOAA의 인력과 예산을 삭감하는 데 따른 모든 손실은 백악관과 정부효율성부(DOGE)의 표면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NOAA의 전체 1만3000명 직원을 없애면 연방 정부의 300만 명의 인력 중 0.43%만 감축하게 된다 .

NOAA의 연간 예산 66억달러는 워싱턴이 2024 회계연도에 지출한 6조7500억 달러 의 0.097%에 불과하다.

이를 기후변화 비용과 비교해 보면 2024년에만 미국은 27건의 기상 또는 기후재해를 경험했으며, 각각 손실이 10억달러를 넘었다.

극심한 기상현상을 예측하고, 생명과 재산의 치명적인 손실을 방지하고, 인류에게 그토록 위험을 초래하는 기후변화를 더 잘 이해하는 것은 재해가 발생한 후 손실된 재산과 피해복구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과학기술 예산에 대한 시비는 전세계 어디서나 공통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과학기술 예산 삭감으로 연구개발 커뮤니티가 위축되고, 많은 대학원생들이 고통을 받는 일이 벌어졌었다.

투입되는 예산만 커보이고, 이를통해 국가나 인류가 얻게되는 효용에는 눈을 가리기 때문이다.

미국 재정적자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이지만 `NOAA의 사례'에서 보듯이 막무가내식 예산삭감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후과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