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과학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북유럽 국가들이 트럼프의 과학 지원 축소에 따라 외국을 향하는 연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재원 마련에 한창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재원 마련에 나서면서 유치전에 뛰어들 조짐이다.
중국은 미국 과학계의 혼돈을 틈타 자국 출시 재미 과학자들에게 귀국 팩키지를 제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지출을 축소해 과도한 국가부채로 인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취해지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 및 연구예산 축소의 후폭풍이 전세계로 번져나가는 양상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세계질서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과학계의 동요
미국은 현재 예산삭감과 일부 분야에 대한 연구제한을 추진하면서 두뇌유출에 직면에 있는데, 이에 따라 유럽과 중국이 미국 연구원을 영입할 수 있는 기회가 조성됐다고 하이노스뉴스가 최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과학과 교육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대량 해고, 자금 지원 삭감 등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북극지역에 대한 연구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이노스뉴스는 전했다.
북극 지역은 8개 나라 영토 및 관할 해역으로 이뤄져 있고, 다른 지역에 비해 기후 변화로 인해 큰 타격을 입는 지역인데, 미국이 빠져나가면서 전체적으로 영향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가 빠져나간 상태에서 또 다른 주요 국가인 미국이 북극과학에서 한걸음 물러나가게 되면서 미래가 불투명해 졌다.
다른 나라에서 문이 닫히면 우리가 문을 열겠다
지난 3월, 네이처 여론조사에 응답한 미국 과학자들의 75%가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에 대한 공격 이후 미국을 떠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유럽 국가들은 재능 있는 외국 연구자를 모집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노스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노르웨이 연구위원회(Norwegian Research Council)는 국제 연구자 모집을 위해 1억 크로네를 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연구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정황상 미국 과학자들에게 기회의 문이 열린 것으로 해석된다.
노르웨이 연구 및 고등교육부 장관 시그룬 아스란드는"미국에서는 학문의 자유가 압박을 받고 있으며, 수십 년 동안 세계 최고의 연구 국가였던 미국의 많은 연구자들에게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우리가 신속하게 시행할 수 있는 좋은 조치를 찾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연구 위원회에 신속하게 시행할 수 있는 보조금 지원 계획의 우선순위를 정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스웨덴 연구위원회(Swedish Research Council)도 지난달 스웨덴 고등교육기관 및 기타 연구기관이 유럽 밖에서 활동하는 저명한 연구자를 모집할 수 있도록 200만 스웨덴 크로네의 보조금을 요청하겠다고 발표했다.
스웨덴 교육부 장관 요한 페르손도 트럼프가 이끄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 미국 연구자와 학생을 초청하고 유치하기 위해 스웨덴의 9개 주요 대학 및 연구 기관 대표들과 함께 원탁 회의를 주최했다.
피어슨은 "다른 나라들이 자국 연구자들에게 문을 닫을 때, 우리는 우리의 문을 열어준다. [...] 스웨덴에서는 학문의 자유를 보호한다. 여기서 연구자들은 정치적 의제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말하고, 미래의 해결책에 기여할 것이다"라고 회의 후 링크드인에 올린 글에서 말했다.
마찬가지로, 핀란드 연구위원회(Research Council of Finland)는 핀란드에 국제 전문가를 모집할 수 있는 대학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자금 조달 요청을 시작했다.
위원회는 "대학은 예를 들어 미국과 같은 핀란드 외부에서 국제적이고 높은 수준의 연구자를 모집할 수 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덴마크도 미국 연구자를 모집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덴마크 상공회의소의 CEO인 브라이언 미켈슨(Brian Mikkelsen)은 링크드인에 올린 글에서 "지금 불확실성을 느끼고 있는 미국의 모든 뛰어난 연구자들에게: 덴마크는 열려 있다. 그리고 우리는 여러분이 필요하다!"라며 미국 연구자들에게 직접 초청장을 보냈다.
덴마크 상공회의소와 덴마크 엔지니어협회(Danish Society of Engineers, IDA)는 향후 3년 동안 최대 200명의 미국 연구원을 덴마크로 초청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패스트 트랙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있다.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도 기금 마련 시작...중국도 기회를 엿보는 중
북유럽인들만 미국의 정치적 혼란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와 같은 다른 유럽 국가들도 과학자를 모집하고 유럽으로 더 쉽게 이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금 마련을 시작했다.
지난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들은 '과학을 위한 유럽(Choose Europe for Science)' 컨퍼런스에서 국제 학계의 중심으로 유럽 대륙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4억 430만 유로의 인센티브를 발표했다.
이와관련해 중국 당국이 미국에 살고 있지만 재정적 혹은 정치적 이유로 귀국을 고민중이 자국 출신 연구원들을 데려오기 위해 전용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이 매체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연구비 지원 축소와 반 이민 정책 등으로 압박받는 중국 태생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중국이 고액 급여를 제시하며 유치에 나섰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편 북극 연구자들은 중국이 극지 과학에서 대체할 수 없는 행위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중국은 스스로를 '근북극' 국가라고 부르며 북극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한 전문가는 북극 연구에 대한 중국의 위협을 강조하면서 "중국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극지방에서 과학 강국으로 빠르게 부상했다. 러시아와 미국 모두 북극 연구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중국은 북극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북극에 대한 연구를 이끌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