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국립해양조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남극의 눈, 표층수 등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광범위하게 검출되고 있다. 심지어 새로 내린 눈에서도 유해화학물질과 함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기도 한다.

`청정 지역'이라고 여겨지던 남극의 가장 외딴 지역까지 미세플라스틱 오염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전 지구적인 문제임을 시사한다.

이는 먹이사슬 오염시키는데, 남극에 서식하는 크릴새우, 등 다양한 해양생물 및 육상생물의 소화기관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남극의 먹이사슬에 깊이 침투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최종 포식자인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경고한다.

미세플라스틱은 공기 중에도 떠다니며, 해류를 타고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남극으로 이동할 수 있다. 남극 과학연구기지의 활동, 관광 및 수산업 선박의 운항 증가로 인한 선박 페인트 벗겨짐 등도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발생원으로 지목된다.

이와관련해 새로운 연구에서 연구진은 화장품, 세제, 의약품, 탈취제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PCP(personal care products, 개인위생용품)에서 유래한 화학물질이 남극 눈에서 발견돼 주목된다.

PCP는 세계적으로 산업적으로 생산되고, 대량으로 사용되며, 환경에 비교적 오래 잔류하는 물질로 정의되는데, 점점 더 오염 물질로 인식되고 있다. 북극 모니터링 및 평가 프로그램(ARAP)과 남극연구과학위원회는 PCP 성분에 대한 추가 연구와 극지에서의 PCP 존재 추적을 위한 모니터링 계획 수립을 장려해 왔다 .

남극 깊숙한 곳의 눈에서도 검출

Eos 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오염물질을 찾기 위해 연구진은 2021년에서 2022년 사이 남극의 여름 동안 로스해 연안 18곳에서 23개의 표면 눈 샘플을 채취했다. 일부 샘플링 장소는 이탈리아의 마리오 추켈리(Mario Zucchelli) 연구기지를 포함하여 인간 활동이 활발한 지역 근처였지만, 대부분은 인간 거주지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과학자들은 헬리콥터를 타고 이 외딴 지역에 도착했다. 이 연구를 이끈 이탈리아 베네치아 소재 카 포스카리 대학교의 분석 화학자 마르코 베키아토는 "이렇게 해서 샘플링 장소의 영향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탈리아로 돌아온 베키아토와 그의 동료들은 눈 샘플을 분석했는데, 모든 샘플에서 PCP 화학물질이 검출됐다.

분석된 21가지 화학 물질 중 세 가지 화합물군이 특히 눈에 띄었다. 화장품(로션, 샴푸, 컨디셔너 포함)과 의약품의 방부제로 흔히 사용되는 살리실산염이 가장 흔했고, 그 다음으로 자외선 차단제와 관련된 자외선 차단제가 뒤를 이었다. 사향과 같은 향료도 검출됐다.

이러한 물질 대부분은 눈 속에 용해돼 있었다.

그러나 산호초 손상과 관련이 있고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와 팔라우 등지에서 사용이 금지된 자외선 차단제 옥토크릴렌은 눈 속 입자에 결합된 상태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샘플 내 PCP의 양에 계절적 변화가 있음을 관찰했다. 여름 후반에 채취한 샘플의 PCP 수치는 계절 초반에 채취한 샘플보다 약 10배 높았지만, 샘플 내 각 오염 물질의 상대적 비율은 일정하게 유지됐다.

계절적 변동은 남극의 여름 대기순환이 먼 곳의 오염 물질을 대륙 안으로 운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여름에는 내륙으로 부는 해양풍이 극지방 고원에서 불어오는 바람보다 우세하다.

배카아토는 "계절에 따른 변화는 PCP가 환경조건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Eos에 말했다.

로컬? 또는 먼 소스?

겉보기에 깨끗한 극지방 환경에서 유기 오염물질을 발견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1960년대 과학자들은 남극에서 널리 사용되는 살충제인 DDT를 포함한 잔류성 유기 오염물질이 고농도로 존재하는 것을 발견했다. 잔류성 유기 오염물질은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고 대기를 통해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며, 일부는 결국 눈과 얼음에 갇히게 된다.

빙하나 극지방과 같이 영구적으로 얼어붙은 곳은 자연적인 덫이 된다. 2000년대 초부터 유엔의 잔류성 유기 오염물질에 관한 스톡홀름 협약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의 생산 및 사용을 근절하거나 제한하기 위한 국제협력을 진행해 왔다.

아이다호대학교 생태독성학 교수인 앨런 콜록은 PCP가 잔류성 유기 오염물질(POP)과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이동하지만, POP와는 달리 "환경에서 분해된다"고 말했다 . 그러나 "그 향료가 연구시설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면 향료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라고 질문했다.

PCP 오염물질의 지역적 기원을 배제하기 위해 연구진은 마리오 주켈리연구소의 하수를 분석했다. 전초기지 역시 일부 오염에 기여했지만, 하수 내 각 화합물의 상대적 함량은 눈에서 발견된 것과 달랐다. 이는 남극 환경에서 검출된 PCP가 더 먼 곳에서 유래되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칠레 콘셉시온 대학교의 환경과학자이자 남극 연안 해역의 연구소 관련 PCP 오염을 분석해 온 리카르도 바라 리오스는 "개인 위생용품, 의약품 등 이런 종류의 화합물은 반드시 지역적으로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수천 명의 사람들이 남극 대륙에 접근하고 있으며, 제 결론은 우리 인간이 가는 곳마다 오염물질을 가져온다는 것이다"라고 Eos에 말했다.

하지만 베키아토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올해 초 발표된 별도의 연구에서 그와 다른 동료들은 북극 스발바르 제도의 눈에서 방향제와 자외선 차단제를 포함한 PCP를 발견했다.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이러한 화합물의 존재를 북유럽과 러시아 북서부 해안에서 유입된 오염 물질을 운반하는 대기 패턴과 연관시켰다.

Barbuzano, J. (2025), Is your shampoo washing up in Antarctica?, Eos, 106, https://doi.org/10.1029/2025EO250209 . 2025년 6월 3일 출판.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