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극 지역에 대한 열강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북극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북극항로 신전략'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극 지역에서의 이익을 확보하고, 북극항로의 거점으로서 부울경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부내 협력체 구성이 시급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9일 KMI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북극 지역은 기후변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긴장 고조, 국가별 전략 다변화 등 복합적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북극해를 둘러싼 환경 변화는 우리나라 공급망, 에너지, 해운·조선 등 핵심 산업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종합적 대응 전략은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극지활동진흥법과 제1차 극지활동진흥기본계획이 마련되었지만, 실제 이행력과 추진 체계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최근 북극항로 구축 지원 특별법 발의와 북극전략펀드 논의는 정책 기반 강화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해양 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2030 북극항로 신(新)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극 둘러싼 환경, 구조적으로 바뀌어
이러한 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북극을 둘러싼 외부 환경의 구조적 변화를 면밀히 진단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환경 변화부터 살펴보면, 2024년 북극 해빙 면적은 위성 관측 이래 최저 수준인 131만km²까지 감소했으며, 이는 한반도의 약 6배에 해당한다.
북극은 지구 평균보다 약 4배, 일부 지역은 최대 7배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북극항로의 활용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둘째, 글로벌 공급망 측면에서는 수에즈 운하와 남중국해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대체항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수에즈 운하는 전쟁, 좌초 사고, 무장 공격 등으로 자주 차단되며, 물류망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해왔다.
우리나라는 해상 무역의 90% 이상을 이 해역에 의존하고 있어 심각한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셋째, 지정학적 측면에서는 북극이 더 이상 ‘군사화와 무관한 협력의 공간’이라는 북극 예외주의(Arctic Exceptionalism)로 유지되지 않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극이사회의 기능이 사실상 정지되었고, 러시아는 원자력 쇄빙선과 민간 인프라를 군사 전략과 접목하는 이중용도 전략을 강화하며 북극항로의 통제력을 확대하고 있다.
북극은 NATO와 러시아 간 대립 구도로 빠르게 양분되고 있다.
넷째, 정책 및 경제 동향을 보면, 국가별 북극 전략에서 북극항로를 활용하는 목적과 방식이 상이하다. 에너지 수출, 군사·안보적 전략 수단, 자국 조선업 성장 기회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처럼 북극항로는 협력과 경쟁이 중첩되는 다층적 공간이 되고 있다.
단일 부처만으로는 대응에 한계
북극항로는 외교, 자원, 지정학,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가 교차하는 복합 의제인 만큼, 단일 부처 중심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제 범부처·범산업·국제 협력을 아우르는 통합 전략으로서 ‘2030 북극항로 신(新)전략’을 제안하며, 거버넌스, 경제·산업, 국내 역량, 국제협력 분야별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
첫째, 북극항로는 해운, 외교, 자원, 과학기술이 교차하는 복합 의제로, 정책 일관성과 전략적 연계를 위해 범부처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Arctic-8 프로젝트(북극권 8개 국가 맞춤형 협력사업)를 중심으로 한 국가별 맞춤형 협력과 산업별 전략 과제를 구조화하여 실질적인 국제협력 실행 기반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둘째, 북극항로 산업 간 중복 투자와 정책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범부처·민간 연계의 통합 플랫폼(예: ‘K-Arctic Bridge’)을 구축하여 운영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 친환경 쇄빙·내빙 기능을 가진 선박 건조 및 운영, 에너지 자원 연계 화물 확보, 북극해 활용을 위한 항만 거점 구축 등 상호 의존적인 산업 구조를 통합적으로 조율함으로써 실질적인 시장 진입과 국제협력을 촉진할 수 있다.
셋째, 북극항로의 안전성과 기후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극지 항해 인력 양성, 감시 기술 및 연구선 운용 확대와 같은 하드웨어 인프라 확충과 함께, 데이터 수집·분석 역량을 강화하는 소프트 인프라 고도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북극해운정보플랫폼 기반의 통합 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한 AI 분석, 경로 최적화, 실시간 정보 제공 등 운항 의사결정 지원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넷째, 국제사회는 북극을 기후변화의 핵심 지역으로 인식하며 IMO 중심의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단순 항로 이용을 넘어 지속가능한 해양 활용 전략이 요구된다. 북극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지자체의 적극적 참여도 필요하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