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웰스가 개발한 심해 담수화 시범 설비 <오션웰스>
전 세계적인 물 부족 현상에 대한 해결책으로 바닷물에서 소금을 제거하는 담수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담수화 기술은 높은 에너지 비용이 단점으로 지적되었으나, 심해 담수화 기술은 깊은 바다의 높은 수압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는 것이다.
15일(현지시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보도에 따르면 해수면 아래 수백 미터 깊이에서는 높은 수압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데, 이 압력을 이용해 역삼투(Reverse Osmosis) 방식의 필터를 통과시켜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시도들이 추진되고 있다.
심해 담수화는 기존의 해안가 담수화 플랜트와 달리, 고농도의 염수를 효율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에 몇몇 기업들이 해저에 담수화 장치인 '포드(pod)'를 설치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기술이 대규모로 상용화될 경우 전 세계 물 부족 문제를 크게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해상 풍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이 시스템에 공급하여 친환경성과 지속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주목된다.
`역삼투'란
커피를 내릴 때 쓰는 필터는 커피 가루는 걸러주고 물만 통과시킨다. 역삼투도 비슷하지만 훨씬 더 작은 구멍을 가진 특별한 막(필터)을 사용한다. 이 막의 구멍은 물 분자만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작아서, 소금이나 다른 불순물들은 통과하지 못한다.
보통 자연 상태에서는 물이 연한 쪽(소금이 적은 쪽)에서 짠 쪽(소금이 많은 쪽)으로 이동하려는 성질이 있는데, 이를 삼투 현상이라고 한다.
역삼투는 이와 반대로, 물을 짠 쪽에서 연한 쪽으로 억지로 이동시키는 것을 가리킨다. 짠 물 쪽에 힘을 줘서 물만 특별한 막을 통과하게 밀어내는 것이다. 마치 스펀지에 물이 가득할 때 손으로 꽉 짜서 물을 빼내는 것과 같다.
이렇게 하면 소금 등은 막에 걸러지고, 깨끗하고 순수한 물만 얻게 된다. 그래서 역삼투 기술은 바닷물을 마실 수 있는 물로 바꾸거나, 수돗물을 더 깨끗하게 만드는 데 쓰인다.
심해 담수화를 추진하는 주요 프로젝트는
미국의 기술 기업인 오션웰(OceanWell)은 '모듈형 심해 담수화 팜(modular deep-sea water farm)'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수심 약 400미터 아래에 '포드(pod)' 형태의 담수화 장치를 설치하여 해수의 자연적인 수압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오션웰 사이트에 따르면 각 포드는 하루에 약 3,785톤의 깨끗한 물을 생산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의 라스 버지네스 시립 수도국(LVMWD)과 협력하여 캘리포니아에 첫 번째 담수화 팜 시범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다.
노르웨이 기업인 플로션(Flocean)은 '해저 담수화 시스템(subsea desalination system)'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해양 에너지 및 로봇 기술 분야의 경험을 활용하여 심해 담수화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노르웨이 몽스타드(Mongstad) 지역에 세계 최초의 상업용 해저 담수화 플랜트 건설을 계획하고 있으며, 2026년에 첫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 모듈은 하루 최대 7,500m³의 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수요에 따라 확장 가능한 모듈형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워터라이즈(Waterise)는 해저 석유 및 가스 산업의 기술을 담수화에 접목한 노르웨이 회사다. '해저 역삼투압(subsea reverse osmosis)' 기술을 통해 육상 플랜트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50%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심해 담수화는 어느정도 경제적인가
전통적인 역삼투압(Reverse Osmosis, RO) 담수화 플랜트의 가장 큰 비용은 물을 높은 압력으로 밀어내는 펌프 가동에 사용되는 막대한 전기료다. 담수 생산 단가의 약 30%가 에너지 비용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심해 담수화 기술은 이 압력을 해저의 깊은 수심이 제공하는 수압으로 대체한다.
노르웨이 기업 워터라이즈는 해저 400m 깊이에서 작동하는 해저 역삼투압 시스템을 통해 기존 기술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40% 절감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연구진도 역삼투 공정의 에너지 소모를 30% 이상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 생산 단가를 10%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해저에 모듈을 설치하는 방식은 지진이나 해수면 상승 등으로부터 안전하며, 육상에 대규모 플랜트를 건설하는 것보다 건설 비용과 부지 면적을 80%까지 절약할 수 있다.
상용화 시기는
심해 담수화 기술의 상용화는 2026년 이후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규모 도시 물 공급을 위한 상용화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풀로션(Flocean)은 2026년에 노르웨이 몽스타드(Mongstad)에 세계 최초의 상업용 해저 담수화 플랜트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션웰은 캘리포니아 말리부 해안에 심해 담수화 팜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8년에 상용화 준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심해 담수화 기술의 상용화는 2026년 이후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규모 도시 물 공급을 위한 상용화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술 검증 외에도 환경 영향 평가, 규제 승인, 대규모 자금 확보 등 여러 단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규모 또는 특정 산업용으로는 2026년부터 상용화가 시작될 것이지만, 전 세계적인 물 문제 해결을 위한 대규모 상용화는 2030년대 이후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