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크혼 산호 <사진 NOAA fisheries>
2023년 기록적인 해양 폭염(marine heatwave) 이후 플로리다 산호초에 서식하는 두 가지 주요 산호 종인 엘크혼 산호 (Acropora palmata)와 스테그혼 산호 (Acropora cervicornis)가 '기능적 멸종(functionally extinct)' 상태에 이르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산호초는 연안 생태계의 근간으로 작용해 왔는데,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이상 보존해 나가기가 힘들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사이언스 지에 23일 게재된 이 논문은 2023년 플로리다 산호초에서 아크로포라(Acropora) 산호 군집의 97.8%에서 100%에 달하는 대규모 폐사율을 기록했으며, 이로 인해 이 산호들이 더 이상 주요 산호초 형성자로서의 생태학적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되었음을 보고하고 있다.
스테그혼 산호<사진 NOAA fisheries>
논문은 쉐드어쿼리움의 로스 커닝 등에 의해 쓰여졌는데, 연구진은 기존의 산호 복원 노력(실험실에서 배양한 산호 조각을 이식하는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산호초를 회복시킬 수 없으며,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선 내열성 산호 개발 및 육종이다.
연구진은 극심한 고온을 견디고 생존한 소수의 엘크혼 산호(Acropora palmata)와 스테그혼 산호(Acropora cervicornis) 잔존 개체들을 이용해 열에 강한(heat-resistant) 변종을 육종하거나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내열성이 강한 다른 종으로 전환도 추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존의 아크로포라 산호 대신, 다른 더위를 잘 견디는(more heat-tolerant) 산호 종으로 복원 노력을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스 커닝 박사는 이러한 모든 복원 및 육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강조하며, 화석 연료 연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해결하여 해수 온난화의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네이처지에 말했다.
산호초 복원이 중요한 이유
산호초는 종종 `바다의 열대우림'(Rainforests of the Sea)이라고 불릴 만큼 해양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해양 생물의 서식지로서 생물 다양성 보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산호초는 전 세계 해양 생물의 약 25%가 서식하거나, 먹이를 찾거나, 번식하기 위해 의존하는 곳이다. 이는 산호초가 차지하는 해수면적이 1% 미만임을 감안할 때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복잡하고 3차원적인 산호초 구조(틈, 구멍, 가지 등)는 어린 물고기, 무척추동물 및 기타 작은 생물에게 포식자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한 은신처(보육 공간)를 제공한다.
해안선 보호 역할도 한다.
산호초는 해안선과 병행하여 거대한 벽을 형성하며, 폭풍 해일과 파도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분산시키는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한다.
산호초가 파도의 충격을 약화시켜 해안선 침식과 홍수 피해를 줄여주므로, 해안가 지역 사회와 인프라를 보호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는 플로리다 산호초 사례와 같이 산호초 빌더(reef builder)의 기능적 멸종이 해안 방어 능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산호초의 경제적 가치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산호초는 상업적으로 중요한 많은 어종의 서식지이기 때문에,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식량 공급원이자 어업 활동의 기반을 제공한다.
스쿠버 다이빙, 스노클링 등 산호초를 기반으로 하는 생태 관광은 연안 지역 사회에 수십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와 수많은 고용 기회를 창출한다.
지구온난화로 산호초 훼손 심각
전 세계 산호초는 기후 변화와 지역적 위협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돼 왔다.
1950년대 이후 전 세계 산호초 면적의 50% 이상이 손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10년간의 급격한 감소했는데, Global Coral Reef Monitoring Network(GCRMN)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 사이에만 전 세계 산호초의 약 14%가 손실됐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기록적인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한 산호 백화 현상(Coral Bleaching) 피해가 심각하다.
국제산호초 이니셔티브(ICRI)와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초부터 2025년 3월까지 전 세계 산호초의 84%가 백화 수준의 열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이는 1998년 첫 번째 전 지구적 백화 현상 때의 21%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를 포함한 82개국 및 영토에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
산호 백화 현상은 산호가 고수온 스트레스로 인해 공생 조류를 방출하며 하얗게 변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산호초가 회복 불가능한 만성적 상태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