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진전'...생물다양성 당사국 총회, 야생동물 보호 위한 비용 확보 방안 발표

"자연에서 얻은 디지털 유전자 정보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비용을 지불하자는 데 합의"

윤구현기자 승인 2024.11.07 13:52 의견 0
COP16에서 원주민을 자연보호의 관리자로 인정한 것은 다자간 환경 협약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사진=UN>


최근 2주 동안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린 유엔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보존 기금에 대한 논쟁이 중심이 되었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 희망적인 대목도 있었다.

자연에서 추출한 디지털 유전자 정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경우 이를 사용한 기업이 사용료를 지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합의안이 승인된 것이다.

예를 들어, 돈을 잘 버는 한 농업 기업이 특정 국가에서 발견한 식물의 디지털 DNA 서열을 사용하여 작물을 개량했을 때 이 협약에 따라 해당 기업은 수익의 1% 또는 매출의 0.1%를 브라질과 같은 국가가 자연 보호 비용을 지불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기금에 납부하도록 권장된다는 것이다.

네이처 온라인판 4일자(현지시간)에 따르면 시민사회 단체와 과학자들은 전 세계 생물 다양성의 급격한 감소에 직면한 상황에서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하고 있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생태학자인 야드빈더 말은 “자발적인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실행하고 기업들이 어떻게 이를 지키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모든 것을 지켜봐야 한다"라고 네이처에 말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종

제16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COP16)라고 불리는 칼리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는 생물다양성에 대한 긴급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위스 글랑에 본부를 둔 국제자연보전연맹은 현재 나무 종 3종 중 1종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고한바 있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COP16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었는 것에 대해 실망했는데, 회의가 끝날 때까지 2년 전 생물다양성 협약에 서명한 190여 개국 중 44개국만이 행동 계획을 제출했다.

칼리에서 자연 보호와 복원을 위해 약 1억 6,300만 달러가 약속되었지만, 이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지와 바다의 30%를 보호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연간 2,000억 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다.

각국이 아직 필요한 금액을 지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민간 부문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환경보호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끝난 대선에서 제47대 대통령으로 선출됨으로써 환경보호 내지 생물다양성 보전에 관한 국제적 움직임은 크게 타격을 받게 됐다.

지식에 대한 대가 지불

독일 브라운슈바이크에 있는 라이프니츠 연구소 DSMZ의 과학 정책 부서장인 앰버 하트만 숄츠는 “자연 보호는 대부분 정부와 자선단체의 지원을 받는다”라며 “이제 생물다양성을 통해 이익을 얻는 기업은 상응하는 기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숄츠는 각국이 강력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만들면 DSI 협약으로 연간 10억 달러에서 90억 달러의 재원을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옥스퍼드 대학의 진화 생태학자인 나탈리 세든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녀는 칼리 기금의 절반이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토지의 관리자인 원주민과 지역 사회를 위해 할당되었다는 점을 긍정적인 점으로 지적한다.

생물다양성에 가격 책정하기

기업이 생물다양성 보전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도록 유도하는 또 다른 방법인 생물다양성 크레딧 판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아이디어는 기업이 생물다양성 크레딧을 구매하여 평판을 개선하고, 기업 활동으로 인한 지구 생물종에 미치는 피해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크레딧은 전 세계 환경 보호 프로젝트에 사용될 수 있다.

전 세계 25명의 비즈니스, 보존 및 금융 전문가로 구성된 생물다양성 크레딧 국제자문패널(IAPB)은 COP16 기간 동안 이 제도를 수립하고 확장하는 방법에 대한 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계획은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을 상쇄하기 위해 구매할 수 있는 탄소배출권과 비교됐다.

탄소배출권은 인권 침해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고, 배출량을 실제로 줄이지 않으면서도 배출권을 판매하는 중개업체의 이익을 창출한다는 이유로 조롱을 받아왔다.

콜로라도주 듀랑고에 본부를 둔 환경 옹호 단체인 `자연을 위한 캠페인'의 브라이언 오도넬 이사는 “자연을 위해 상당한 금액을 투입하는 것은 정부와 기부금 뿐인데, 복잡하고 입증되지 않았으며 수요도 없는 생물 다양성 크레딧 판매에 대한 논의로 인해 이러한 노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경제포럼의 2023년 12월 보고서에 따르면, 생물다양성 크레딧이 탄소 크레딧처럼 빠르게 성장한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수요가 연간 20억 달러, 2050년까지 69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한다.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3609-6

윤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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