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칠레 해안에서 범고래를 연구해온 해양 생물학자 아나 가르시아-세가라는 2023년 5월에 목격한 것과 같은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
안토파가스타 근처의 광활한 태평양 바다에서 범고래 한 마리가 작은 돌고래 한 마리를 공중으로 던져 삼켜버렸던 것이다.
잠시 후 범고래 네 마리가 더 도착해 이 잔치에 합류했다.
가르시아-세가라는 “칠레 해역에서는 이런 일이 기록된 적이 없었다”라고 인사이드클라이밋뉴스에 말했다.
인사이드클라이밋뉴스 10월 2일자에 따르면 안토파가스타 대학의 연구원인 가르시아-세가라는 다코타라는 이름의 여왕 범고래와 네 마리의 범고래가 이끄는 무리를 추적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세가라 연구팀은 이 가족이 바다사자만 먹이로 삼는다고 믿었다.
하지만 해양 과학의 프론티어(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보고된 이 목격으로 범고래 무리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바뀌었고, 이제 과학자들은 이 발견이 지구 온난화와 오염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에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믿는다.
범고래는 빠른 속도와 수면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추적하기 어려운 동물로 평가된다.
가르시아-세가라의 팀은 2018년부터 지역 여행사 및 어부들과 함께 시민 과학 이니셔티브를 통해 협력해 왔다.
수년 동안 이 파트너들은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해 연구진이 5마리의 범고래로 구성된 두 개의 무리와 활동 범위, 먹이 패턴을 기록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연구팀은 이전에 범고래가 이 지역에 많이 서식하는 더스키 돌고래를 쫓는 모습을 관찰한 적이 있었지만, 드론 영상을 통해 범고래의 포식 행동을 직접 목격한 적은 없었다.
범고래는 전 세계 바다에 서식하지만 사냥 전략과 먹이 선호도 등 신체적 특성과 행동을 공유하는 여러 생태형으로 나뉜다고 가르시아-세가라는 설명한다.
북반구에는 5개의 생태형이 있고 남반구에는 또 다른 5개의 생태형이 있다.
남극에서 남미에 이르는 훔볼트 해류의 범고래는 아직 생태 유형으로 분류되지 않았으며, 기록된 돌고래 사냥 행동은 범고래 집단의 특성 뿐만 아니라 그들이 헤엄치는 해역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캘리포니아 해안선을 따라 범고래를 연구해 왔지만 이번 논문에는 참여하지 않은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해양 생물학자 조쉬 맥킨스는 “매우 흥미로운 발견”이라고 인사이드클라이밋뉴스에 말했다.
그는 “범고래의 행동과 먹이에 대해 더 많이 알아내는 것은 그들이 많은 것이 변화하고 있는 곳에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남태평양 해류라고도 불리는 훔볼트 해류는 남아메리카의 험준한 서부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흘러가는 차가운 해류다.
이 해류의 얼음물은 이 지역의 기후를 만들어 내고,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해양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멸치나 정어리 같은 주요 어종이 서늘한 바다로 옮겨가는는 등 어종의 분포와 행동이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범고래와 같은 최상위 포식자를 지원하는 먹이 사슬을 파괴한다고 맥킨스는 인사이드클라이밋뉴스에 말했다.
또한 따뜻한 물은 산소를 고갈시키고 데드존을 만들어 물고기와 다른 해양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해조류 번식을 더 자주 일으키고 있다.
연구자들은 범고래 다코타와 그의 무리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식단을 변경했는지 아직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먹이 습관에 대한 최신 데이터를 수집하면 미래의 보존 노력을 위한 길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과학자들은 이 정보를 통해 범고래를 생태계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범고래는 해양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입니다. 범고래의 식단 변화는 기후 변화로 인한 먹이 분포의 변화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라고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칠레 건조지역 연구센터의 해양 생물학자 카를로스 올라바리아는 인사이드클라이밋뉴스에 말했다.
수컷 한 마리, 새끼 한 마리, 다코타 한 마리로 구성된 이 무리는 해안선을 따라 아타카마 사막에서 자원을 채취하는 광산 회사들에 의해 오염된 해역을 항해한다.
안토파가스타는 또한 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한 곳이다.
가르시아-세가라의 연구팀은 안토파가스타 해역에 서식하는 가장 작은 돌고래 종인 가시돌고래의 오염원에 대한 노출 정도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이 돌고래의 체내에서 구리, 비소, 납 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다코타와 그녀의 무리가 이 종을 주식으로 삼을 경우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금속은 먹이사슬을 따라 올라가면서 축적되는데, 이를 생물농축이라고 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일부 범고래 개체 수는 거의 멸종 직전까지 줄어들었다.
1989년 엑손 발데즈 기름 유출 사고 이후 22마리에서 단 7마리로 급감한 북태평양 동부의 범고래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윤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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