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대 기술기업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원자력에 손길을 내밀었다는 게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메타, 구글 등 여러 기업들은 또 다른 저탄소 에너지원인 `차세대 지열'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의 지열 담당 부서를 이끄는 지질학자 로렌 보이드는 일부 기업들과 맺은 협약은 이 기술이 광범위한 상업적 성공에 가까이 다가섰다는 걸 보여준다고 네이처 14일(현지시간) 온라인판에 말했다.
기사에 따르면 지열 발전이 가히 세계 청정 에너지의 주요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본격적으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월 17일, 미국 정부가 유타주 비버카운티에 추진 중인 지열 발전소 확장에 대해 승인을 내리면서 텍사스주 휴스턴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인 페르보에너지(Fervo Energy)의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최대 2,000 MW(메가와트)까지 발전할 수 있는데, 이는 대형 원자로 두 대와 맞먹는 용량이다.
그 시점에 도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테지만, 이미 400MW의 용량을 확보하고 있어 2028년까지 에너지 소비가 많은 구글 데이터 센터와 다른 고객에게 24시간 전력을 공급할 준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에는 또 다른 스타트업인 세이지 지오시스템즈가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와 2027년까지 최대 150MW의 지열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예전의 지열 발전은 잊어라
세이지, 페르보, 그리고 전 세계의 여러 기업들이 지구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열을 활용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한 세기 이상 사용되어 온 기존의 지열 에너지와 달리 천연 온천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지열을 만들어 낸다.
차세대 지열발전은 암석의 온도가 약 200°C인 수 킬로미터 깊이까지 시추공을 뚫고 고압으로 물과 모래를 주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렇게 하면 암석에 균열이 생기면서 투과성이 높아지고 고온의 물들이 고이는 저수공간이 생기는데 이 저수공간에 두 번째 시추공을 통해 지속적으로 고온의 물을 뽑아낼 수 있게 된다.
끌오올린 압력이 센 뜨거운 물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강화지열시스템(EGS, Enhanced Geothermal Systems)으로 알려진 이 방식은 1970년대부터 시도되어 왔지만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 주목할 만한 양의 에너지를 추출하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암석을 파쇄하고 수평으로 시추하는 방법을 포함하여 석유 및 가스 산업에서 사용되는 기술을 채택함으로써 개선이 이루어졌다.
보이드는 EGS 기술을 추진하기 위한 미 에너지부 프로젝트인 유타포지(Utah FORGE)에 직접 참여하여 시추 비용을 거의 절반으로 줄인 여러 가지 혁신 기술을 도입했다고 네이처에 말했다.
측면 터널링
솔트레이크시티에 있는 유타 대학교의 지질학자 조셉 무어는 "수평 시추가 특히 EGS의 성공에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유타포지를 이끌고 있는 무어는 "파쇄로 인한 균열은 수직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며 "수평 시추공은 많은 균열을 가로질러 많은 양의 암석에 물을 주입하거나 추출할 수 있다"고 네이처에 말했다.
네바다주 리노에 위치한 페르보의 수석 지질학자 엠마 맥콘빌은 유타주 인근 공장과 두 개의 초기 시범 프로젝트를 통해 EGS 개념이 작동할 수 있음을 실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엄청난 양의 지열을 매우 빠른 속도로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차세대 지열 회사의 경영진들은 석유 및 가스 시추 경험이 풍부한 방대한 인력이 지열발전의 빠른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원이라고 말한다.
지진 위험 감소
수압 파쇄 공정이 지진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EGS 개발은 지연되어 왔다.
스위스 바젤의 프로젝트와 한국 포항의 프로젝트를 포함한 일부 프로젝트는 파쇄가 상당한 지진 활동과 연관되어 있어 중단해야 했다.
유타포지, 페르보 등은 지진 유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 에너지부 지침을 따르고 있으며 지진계로 현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멕콘빌은 "“특정 임계값을 초과하면 작업을 중단한다"며 "수압파쇄로 인해 지진이 발생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진도 2 미만으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무어는 “단층을 시추하지 않는다면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지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 전망
지열의 주요 경쟁자는 원자력, 바이오매스 및 수소와 같은 다른 값비싼 에너지원이다.
지열이 경제적인 솔루션이 될지 여부는 지형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시추를 깊게 할수록 암석은 더 뜨거워지지만, 지질학의 다양성으로 인해 암석이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온도(약 200°C)에 도달하는 깊이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다양하다.
고온은 활화산이 활발한 지역이나 대륙 지각이 평균보다 얇은 지역에서 발견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에너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서부가 동부보다 이 에너지를 수익성 있게 추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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