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김춘환 부사장(R&D공정 담당)이 지난달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산업기술 R&D 종합대전’에서 산업기술진흥(기술개발 부문) 유공자로 선정돼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R&D대전은 국내 연구·개발(R&D) 성과를 알리고, 산·학·연 협력을 촉진하고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연례행사다. 이 자리에서는 기술 진흥 및 신기술 실용화에 공이 큰 기술인을 포상하는 ‘산업기술진흥 유공 및 대한민국 기술대상’ 시상식이 진행된다.
산업훈장은 산업기술진흥 유공의 최고상격으로, 김 부사장은 이 부문에서 은탑산업훈장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D램과 낸드 플래시를 아우르며 국내 반도체 기술력 향상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김 부사장은 “요소기술을 원천으로 수익성 높은 고성능 제품을 성공적으로 양산한 공적을 인정받았다”며 “이는 모든 구성원의 헌신과 노력으로 맺은 결실”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함께 한 구성원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 더 많은 분에게 수상의 기회가 돌아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뉴스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부사장은 TSV 개발에 열을 올렸던 2008년 당시를 회상했다.
“TSV는 칩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하단 칩을 전극으로 연결하고 적층하여 고용량, 고대역폭을 구현하는 기술입니다. 개발 초기에는 고도의 정밀성과 미세한 제어가 요구되다 보니 난이도가 정말 높았는데요. 특히 금속층 증착과 회로 패턴 형성 과정에서 어려움이 상당히 컸습니다.”
당시 김 부사장을 비롯한 개발진은 문제를 풀어내고자 유관 부서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치열한 협업 끝에 SK하이닉스는 ‘R&D의 요소기술 개발 > 제조/기술의 양산 품질 고도화 > 패키징’으로 이어지는 개발 모델을 완성했고, HBM 시장이 열리는 시점에 맞춰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랜 연구 끝에 내놓은 제품이 곧바로 실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초기에는 높은 공정 비용 대비 시장 수요가 적은 탓에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그럼에도 경영진의 확고한 믿음과 지원이 있어 프로젝트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TSV 공정 기술 안정화와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두고 연구 개발에 더욱 매진했습니다. 양산 품질 개선 활동도 진행해 마침내 HBM 양산에 성공하게 됐는데요. 이 모든 성과의 단초였던 TSV는 현재 MR-MUF와 함께 HBM의 핵심 경쟁력이 됐습니다.”
김 부사장의 성취는 TSV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10나노급 5세대(1b) D램 미세 공정에 EUV 장비를 도입해 업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고 이를 6세대(1c) D램에도 확대 적용했다. 또, 그는 HKMG 기술을 D램에 적용해 메모리 성능·효율을 높이는 등 선단기술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낸드 분야의 혁신도 돋보인다. 김 부사장은 Gate W Full Fill 기술로 신뢰성을 높여 수율 안정성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또한, 웨이퍼 본딩(Wafer Bonding) 기술을 개발해 초고층 낸드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기술을 확보했다.
이 같은 결실은 회사가 ‘풀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Full Stack AI Memory Provider)’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마중물이 됐다.
“1b D램 기반의 HBM3E는 선단기술과 TSV 노하우를 집대성한 결과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초고속·저전력의 LPDDR5X·LPDDR5T는 HKMG 기술 덕분에 개발할 수 있었죠. 이밖에 R&D 요소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낸드 및 SSD 제품은 원가, 성능, 품질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증명했고, 웨이퍼 본딩 기술은 초고층 낸드 개발의 방향성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김 부사장은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생태계 육성에도 힘썼다. 국내외 반도체 학회 강연에 나서며 R&D 노하우를 공유했고, 소재·부품·장비 협력사와의 기술 협력에도 꾸준히 힘써왔다.
이런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내기까지 그는 ‘도전 정신’과 ‘원팀’의 중요성이 컸다고 강조한다.
“R&D 조직은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며 원가 경쟁력을 갖춘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원팀 문화가 더해지며 시너지 효과가 창출됐죠. 특히 수많은 조직이 참여해 전사 기술 방향을 논의하는 등 견고한 협업 체계가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끝으로, 김 부사장은 AI라는 큰 변화에 맞서 나가기 위해 구성원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언급했다.
“신규 요소기술 정의부터 기술 개발 착수, 안정적 제품 양산까지 전 과정에서 조직이 하나되어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또, 요소기술을 적기에 개발하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지속해서 도전하고 시도해야 합니다.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멈추지 않고 성장을 추구합시다. 퍼스트 무버로서 기술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세계 최고의 SK하이닉스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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