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3일 그리스 남서부 키파리시아 해변에서 갓 태어난 붉은바다거북 새끼가 바다로 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자료사진]


바다거북은 눈에 보이는 랜드마크가 없는 광활한 바다를 수천 마일이나 건너는 `놀라운 이동'으로 유명하다.

최근 네이처 저널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둥지를 틀고 있는 바다거북 중 가장 풍부한 종인 붉은바다거북이 특정 지리적 위치의 자기장을 학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CNN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 ZME사이언스 등 외지에 따르면 이 초능력은 이들이 둥지를 틀고 먹이를 구하기 위해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돌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종은 보이지 않는 힘, 즉 지구 자기장을 이용해 광활하고 특징 없는 열린바다에서 길을 찾을 뿐만 아니라 부화한 곳이나 먹이를 찾은 곳의 자기적 특징을 기억한다는 얘기다.

과학자들은 어떻게 이런 사실을 알아냈을까

아기 붉은머리거북이는 먹이를 감지하면 머리를 흔들고, 지느러미를 펄럭이며 빙글빙글 도는 행동을 보인다.

연구자들은 이 행동을 `거북이 춤'이라고 불렀다.

네이처에 발표된 새 연구에 의하면 붉은머리 거북이는 특정 위치의 자기적 특징을 학습하고 기억할 수 있으며, 이런 능력을 통해 야생에서 생존해 나간다.

텍사스 A&M대학의 해양 생물학자이자 주 저자인 카일라 고포스는 "붉은머리 거북이들이 자기지도를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붉은머리 바다거북은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선천적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며, 이를 나침반으로 삼아 이동을 안내한다.

수천 마일의 바다를 가로질러 이동한 후 알을 낳기 위해 부화한 바로 그 해변으로 돌아올 수 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이들이 자기장을 이용해 먹이를 찾는 곳이나 둥지를 틀 해변과 같은 특정 위치를 정확히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고포스는 "그들은 태어난 지 거의 20년 만에 같은 해변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원들은 노스캐롤라이나의 해변에서 붉은머리 거북이 새끼를 모아 연구실로 가져왔다.

그곳에서 거북이들은 자기 코일 시스템이 장착된 양동이에 넣어졌다. 코일에 전류를 흐르게 함으로써, 연구팀은 멕시코만이나 메인 해안과 같은 다른 위치의 자기장을 재현할 수 있었다.

각 거북이는 두 개의 자기장에 노출되었지만 한 개의 자기장에서만 먹이가 주어졌다.

2개월간의 적응기간 후, 거북이들은 음식과 관련된 자기장을 만날 때마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심지어 음식이 없을 때에도 춤을 추었다.

어떤 거북이들은 지느러미를 격렬하게 펄럭이고, 다른 거북이들은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마치 "내 간식은 어디 있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놀랍게도 거북이는 불과 100km 떨어진 자기장의 차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는 두 이웃 마을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리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내비게이션과 GPS를 동시에 장착

이 연구는 또한 붉은머리바다거북이 자기장을 감지하는 방법이 하나가 아니라 두 가지라는 것을 밝혔다.

첫 번째는 나침반 감각으로, 특정 방향으로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지도 감각으로, 특정 위치를 인식할 수 있다.

이를 테스트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거북이의 나침반 감각을 방해하기 위해 무선 주파수를 추가했다. 내부 나침반이 없어도 거북이는 여전히 음식과 관련된 자기적 특징을 인식할 수 있었다. 이는 지도 감각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며, 아마도 다른 메커니즘을 사용할 것임을 시사한다.

고포스는 "내비게이션 도구 상자에 두 개의 별도 도구가 있는 것과 같다. 하나는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고, 다른 하나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알려준다"고 디펙터에 말했다.

이 이중 시스템은 거북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연어, 새, 심지어 도롱뇽에서도 유사한 능력이 관찰되었는데, 이는 자기 항법이 척추동물 사이에서 널리 퍼진 특성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 결과가 중요한 이유

붉은머리 거북이의 경우, 자기 좌표를 기억하는 능력은 생존의 문제다. 어린 거북이는 수년간 해류에 떠다니며 포식자를 피할 만큼 커진다. 먹이를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하며, 자기 지도는 풍부한 먹이감이 있는 장소로 돌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발견은 또한 동물의 항해에 대한 더 광범위한 미스터리에 빛을 비췄다.

수십 년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여전히 ​​동물이 자기장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 연구는 거북이가 여러 메커니즘에 의존하여 탐험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고 시사한다.

매사추세츠 애머스트 대학교 생물학자인 카트리나 필립스는 뉴사이언티스트에 "우리는 거북이가 자기장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흥미롭다"고 말했다.

바다거북보호협회(Sea Turtle Conservancy)의 다니엘 에반스 박사는 이메일을 통해 "이러한 이해는 바다거북과 다른 동물들이 항해에 도움이 되는 명백한 물리적 특징이 없는 바다를 가로질러 수백, 수천 마일을 항해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는 데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고 CNN에 말했다. 에반스는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