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풍력발전 시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의 해상 풍력 인프라와 공급망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던 기업들이 잇달아 계획을 취소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지원 종료 계획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해저 케이블을 생산하기 위해 설립된 LS전선의 미국 자회사(LS그린링크)의 사업 추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와관련해 LS전선 관계자는 "미국 버지니아에 짓는 해저케이블 공장은 예정대로 4~5월경 착공된다"며 "버지니아 공장의 생산물량은 유럽으로 향하게 된다"고 말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미국 해상 풍력산업의 침체로 해상 풍력 발전소 프로젝트 상당수가 장기간 지연되고 비용이 증가했으며 무산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수천 개의 미래 일자리와 수십억 달러의 투자가 무위로 돌아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회사 4C오프쇼어는 한때 `2030년까지 해상풍력 30기가와트를 설치하겠다'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목표가 초과달성될 것으로 예측했었지만 지난해에는 이를 `25GW 미만이 설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축소했다.

로이터가 10개 회사 임원, 기업단체 및 주정부 공무원과 인터뷰하고 공식 성명들을 분석한 결과, 미국 동부해안에서 첫 번째 거점으로 추진됐던 뉴저지의 주요 해상풍력 항구는 용도가 변경되고 있으며, 해상풍력 지원 선박 건조를 위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은 쪼그라들고 있고, 해상풍력 관련 제조업체들은 계획을 백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고속성장 분야로 여겨졌던 해상풍력 산업은 급등하는 비용에 따라 위축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임대, 인허가, 보조금 등의 형태로 제공되는 연방정부 지원이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종료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인해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연방 정부의 새로운 해상풍력 임대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리며, "풍력 터빈이 흉하고, 비용이 많이 들며, 야생 동물에 해롭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구온난화를 `사기'라고 부르고, 이미 기록적인 수준인 미국의 석유 및 가스 생산을 극대화하는 데 정책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한 조 바이든이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해 지출했던 공공 지출을 삭감하겠다고 공언했다.

조선업체들은 해상풍력 산업에 필요한 선박 주문의 급격한 감소를 겪었는데, 이에 따라 미국의 철강 제조업체들에게까지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뉴저지주 경제개발청은 이번 달 연방 정책의 변화를 이유로 세일럼카운티에 해상풍력 전용항구 건설하려던 애초의 구상 대신 대안을 모색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프로젝트는 2020년에 주 정부가 제안한 것으로, 미국 최초의 해상풍력을 위한 항구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뉴저지 경제개발청은 "우리는 뉴저지의 해상풍력 발전의 장기적 잠재력을 여전히 믿지만, 혈세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모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성명서에서 밝혔다.

앞서 뉴저지주 당국은 최근 해당 사업의 유일한 입찰자인 아틀란틱쇼어스와의 계약 체결을 거부했다. 아틀란틱쇼어스는 석유 및 가스 대기업인 EDF와 쉘의 합작사로 ​​지난달 철수했다.

덴마크의 경쟁사인 외르스테드는 2023년 후반 뉴저지 프로젝트 2개를 취소했었다.

크리스티나 레나 남부 뉴저지 상공회의소 회장은 "이 항구를 통해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던 수천 개의 일자리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풍력 회사도 여전히 관심이 있다면 좋겠지만 가능성이 낮다"며 "해당 지역은 석유 및 가스 부문이나 대형 제조업체에 적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에서는 허드슨 강을 따라 있는 두 항구가 해상 풍력 발전용 부품(날개와 타워 등)을 생산하는 공장에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GE버노바는 지난해 대형 해상풍력 터빈 건설 계획을 취소하고, 코이만스 항구에서 해당 장비를 생산하기로 한 계약도 철회했다.

근처의 올버니 항구는 2021년에 계획된 타워 생산 공장을 지원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들여 업그레이드를 시작했지만, 급증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올바니 항구 페니 바부라 대변인은 "연방 정책 변화와 디벨로퍼들의 약속 변경에 의한 해상풍력 및 재생에너지 산업의 변화로 인해 단계적 개발 방식으로 변경되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해당 항구와 연계한 해상풍력 발전의 미래는 올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자금 지원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LS전선 미국 자회사 LS그린링크의 미국 버지니아주 공장 조감도. 〈LS전선 제공〉


해저 케이블 생산업체도 철수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프리즈미안은 매사추세츠에 해상풍력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해저 케이블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포기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이 회사는 트럼프가 취임한 다음날 계획 변경을 공개했지만, 그 결정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LS그린링크(한국 케이블 제조업체 LS전선의 미국 자회사)는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 6억8100만 달러 규모의 해저 케이블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또 해당 시설에서 유럽 고객에게 제품을 제공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육상 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LS그린링크의 전무이사인 패트릭 심은 해당 시설의 확장 계획은 중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9~10자리 수의 투자와 잠재적으로 수백 개의 일자리가 될 수 있지만, 지금 당장 계획을 세우기는 힘들다"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이와관련해 LS전선 관계자는 "버지니아 공장의 생산물량은 모두 유럽으로 수출된다"며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데 비해 미국에서 가는데 드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말했다.

그는 또 4~5월 착공을 예정하고 있는 단계여서 추가적 확장 여부를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미국 신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경쟁사가 계획을 철회한 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측면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