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주원호 특수선사업대표와 잉걸스조선소 브라이언 블란쳇 사장이 MOU를 맺고 있다.
HD현대가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Huntington Ingalls Industries)와 조선 사업 협력에 나서며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7일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식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해양항공우주 전시회(Sea Air Space 2025, SAS 2025)’ 내 헌팅턴 잉걸스 전시관에서 진행됐으며, HD현대중공업 주원호 특수선사업대표와 잉걸스 조선소 브라이언 블란쳇(Brian Blanchette) 사장 등이 참석했다.
헌팅턴 잉걸스는 미국 중남부 미시시피주에 미국 최대 수상함 건조 조선소인 잉걸스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미 해군이 최근 발주한 이지스 구축함 물량의 3분의 2를 비롯해 대형 상륙함과 대형 경비함 전량을 건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시장점유율 10%를 자랑하는 리딩 조선사로서 2023년까지 2300척의 배를 건조했다. 방산분야에서 한국해군에 함정, 잠수함 및 지원함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조선역량에 손짓하는 미국
두 회사의 파트너십은 미국과 한국간 조선협력 기류를 반영한다.
최근 한화오션은 미함정(USNS Wally Schirra)의 유지보수를 맡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거제도에서 이뤄진 이 사업은 엄격한 미군 기준에 부합하는 역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양국간 협력의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
HD현대중과 헌팅턴잉걸스의 협력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 해군함정을 실제로 건조하는 대표적 조선사와 본격적으로 협력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미국의 조선업을 부활시키려는 미행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자국 산업에 보조금을 주고 불공정한 노동관행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해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 조선소에 세제 인센티브를 주고 백악관에 관련 업무부서를 둘 계획이다.
현재 미국은 연간 5척 이하의 건조 실적을 보이고 있는 반면 중국은 연간 1700척을 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의 시장 점유율은 1999년 5% 이하에서 2023년에는 50% 이상으로 팽창했다.
카를로스 델 토로 전 미 해군장관은 중국의 약진에 맞불을 놓게 위해 이런 협력에 밑그림을 그렸는데, 이에는 미국내 조선소 및 한국 일본 등 동맹과의 협력을 역설했었다.
헌팅턴잉걸스는 2024년 11월 19일 뉴포트뉴스 조선부문이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CVN 80)의 선체 중간 부분을 성공적으로 옮겨 조선소가 동일한 건조 도크에서 두 척의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을 동시에 조립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1억 갤런 이상의 물을 건조도크에 천천히 채우는 통제된 과정으로 시작되었으며, CVN 80이 처음으로 부유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다음 건조 도크의 서쪽 끝으로 옮겨져 선박 건조가 계속될 예정이다. 이후 조선소는 드라이도크 동쪽 끝에서 도리스 밀러(CVN 81)의 조립을 시작할 예정이며, 이는 두 척의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이 동시에 드라이도크에서 건조되는 역사적인 첫 번째 사례다. <사진=헌팅턴잉걸스 홈페이지>
한국과 미국 최고 조선소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효율성 극대화
이날 MOU에 따라 양사는 각 사가 보유한 함정 건조 분야 전문성과 역량을 결합해 선박 건조의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건조 비용과 납기를 개선하기 위한 노하우와 역량을 공유하기로 했다.
쉽게 말해 생산성에서 최고인 한국의 조선역량을 미국 해군력 강화에 접목하는데 일차적 목적이 있는 셈이다.
또한 디지털 조선소 구축을 위한 공정 자동화와 로봇, 인공지능(AI) 도입을 비롯해 생산인력 교육 및 기자재 공급망 참여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향후 공동 투자를 위한 협력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이번 MOU 체결은 현존 최고 사양의 이지스함 건조 역량을 갖춘 한국과 미국의 대표 조선 기업 간 최초의 협력 사례로, 양국 조선산업 파트너십과 신뢰 강화의 중요한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중공업 주원호 특수선사업대표는 “혈맹인 한국과 미국의 대표 조선기업 간 협력을 통해 양국의 조선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양국의 안보 협력 강화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잉걸스 조선소 브라이언 블란쳇(Brian Blanchette) 사장은 “오늘 협약은 동맹국 간 협력을 통해 조선업 역량을 강화해 나가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양사의 전문성을 결합함으로써 양국의 해양 안보를 뒷받침하는 고품질의 함정을 건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HD현대는 이번 해양항공우주 전시회에서 미국 ABS선급과 미 해군용 경량 군수지원함에 대한 설계 인증을 위해 MOU를 체결했으며, 미국 대표 방산 기자재 업체인 페어뱅크스 모스 디펜스(Fairbanks Morse Defense)와 미국 현지 공급망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에 더해 최근 HD현대 함정기술연구소는 미 해군연구소(Office of Naval Research)와 차세대 첨단 함정 설계 등 함정 분야 공동 연구개발 방안을 논의하기도 하는 등 미국 조선 시장 진출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