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직접 관찰한 심해저는 극히 일부이고, 그것마저도 극히 일부 국가에 의해 주도되면서 대표성을 갖기 힘들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관찰이 미국 주변 해역에서 주로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사진 출처=오션디스커버리그룹 홈페이지>
오션 디스커버리 리그(Ocean Discovery League) 연구진은 심해저의 극히 일부만이 영상으로 촬영되었다고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된 획기적인 연구에서 밝혔다.
7일(현지시간) 오션디스커버리리그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구 표면의 66%를 덮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해는 여전히 많은 부분이 미탐사 상태다.
`How Little We've Seen: A Visual Coverage Estimate of the Deep Seafloor' 제목의 이 연구는 수십 년간의 심해 탐사에서 인간이 관찰한 심해저는 전체의 0.00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이 면적은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인 로드아일랜드 주와 거의 같고, 소국인 벨기에의 10분의 1에 해당한다.
200미터 이상의 깊이로 정의되는 심해는 다양한 생태계를 지탱하고 산소 생산, 기후 조절, 그리고 중요한 제약 기술의 발견 등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지구의 건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광대한 생태계에 대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며, 시각적 조사는 주로 일부 지역과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 시각적 영상은 심해저를 연구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며, 지도 제작 및 샘플링과 함께 해양 탐사의 세 가지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오션디스커버리리그 회장이자 이 연구의 주저자인 케이티 크로프 벨 박사는 "기후 변화부터 채굴 계획에 이르기까지 심해에 대한 위협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 광대한 지역에 대한 제한적인 탐사는 과학과 정책 모두에 중대한 문제가 된다"라며 "자원 관리 및 보존에 대한 정보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심해의 생태계와 과정에 대한 훨씬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58년 이후 120개국 해역에서 수행된 약 44,000건의 심해 잠수 관측 데이터를 활용한 이 연구는 현재까지 전 세계 심해 저서생물 관측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추정치다. 모든 잠수 기록이 공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연구진은 이러한 추정치가 10배 정도 차이가 나더라도 해저의 1%의 100분의 1 미만만이 시각적 기록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기록된 시각적 관측의 약 30%는 1980년 이전에 수행되었으며, 종종 흑백 저해상도의 정지 이미지로만 나타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육안 관측은 미국, 일본, 뉴질랜드 등 세 나라에서 200해리 이내에서 이루어졌다. 해양 탐사 비용이 높기 때문에 극소수의 국가만이 심해 탐사를 독점하고 있으며, 미국 일본 뉴질랜드 프랑스 독일 등 다섯 나라가 전체 심해 잠수 관측의 97%를 차지했다.
지리적 범위 측면에서 이러한 편향으로 인해 해양학계는 심해 생태계 특성 분석의 상당 부분을 이처럼 극히 작고 대표성이 부족한 표본에 의존하게 됐다.
이 연구는 또한 해저 서식지에 대한 지식 격차를 강조한다. 협곡이나 해령과 같은 특정 지형학적 특징들은 상당한 연구의 초점이 되어 왔지만, 심해 평원과 해산을 포함한 광활한 지역은 여전히 탐사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심해 탐사를 위한 더욱 포괄적이고 전 세계적인 노력이 시급히 필요함을 강조한다.
만약 과학계가 전체 면적의 0.001%에 불과한 관측치만으로 육상 생태계에 대한 모든 가정을 한다면, 지구상의 모든 육상 생물에 대한 평가는 텍사스 휴스턴 정도의 면적을 기반으로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탐사 노력을 확대하고 신기술을 활용하여 심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작고 저렴한 심해 장비의 발전을 통해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를 포함한 과학계의 해양 탐사 및 연구 참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에 자금을 지원한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의 최고 과학 혁신 책임자인 이언 밀러 박사는 "우리 바다에는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라며 "과학자와 지역 사회가 주도하는 심해 탐사는 지구에서 가장 큰 생태계인 심해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벨 박사의 목표는 전 세계 해안 지역 사회에 최첨단 연구와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심해에 대한 더욱 대표성 있는 분석을 보장하는 것이다. 바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우리는 바다를 더 잘 보존하고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해양 탐사의 공백을 이해하고 심해의 보호와 지속가능한 관리를 위한 포괄적인 국제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논문은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p8602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션디스커버리리그는 심해 탐험가 케이티 크로프 벨 박사가 설립했는데, 심해를 탐험하고 이해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넓히기 위해 접근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하여 심해 탐사를 가속화하는 걸 추구한다.
윤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