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스핑크는 40년 동안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 험준한 해안에서 물고기를 잡아왔다.
매년 수천 척의 유조선, 유람선, 기타 대형 선박을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항구로 안내하는 고도로 훈련된 선장들의 협회인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해안 도선사 협회의 회장인 그는 해안선의 상세한 지도를 머리속에서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경험많은 선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변덕스럽고 때로는 위험한 바다를 항해하는 건 그에게도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커피를 손에 들고 평평하고 잔잔한 해협을 항해하다가 갑자기 물보라를 맞고 뱃머리를 넘어오는 파도에 직면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한 번은 남동쪽에서 불어오는 시속 100킬로미터의 강풍이 나무를 뿌리째 뽑을 정도인 악천후를 뚫고 북쪽 해안인 하이다 과이 근처를 항해하다가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으로 배가 뒤집힌 적도 있었다.
스핑크는 “바람이 그렇게 빨리 방향을 바꾸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바로 이런 점이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고 사카이 매거진 10월호에 얘기했다.
기사에 의하면 많은 해안 지역과 마찬가지로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도 높은 산과 좁은 수로는 바람을 유입시키고 안개를 가두며 습한 공기로 인해 폭우를 유발하는 한편, 극심한 조수와 빠른 해류는 위압적인 파도를 일으킨다.
캐나다 밴쿠버 소재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일기예보 연구팀의 대학원생인 멜리사 웨스트랜드는 기상 모델이 지역적 기상 패턴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작은 규모를 놓고 볼 때 다양한 지형의 극적 영향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설명한다.
그는 “강수량과 바람은 특히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강풍은 파도를 일으켜 상업 내지 레저용 선박의 항해를 훨씬 더 위험하게 만든다.
캐나다 정부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해안을 따라 약 60개의 육상 기상 관측소와 부표를 운영하고 있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모든 지역의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선박 선장들은 출항해도 괜찮을지 판단하기 위해 구독형 기상 서비스와 무료 앱 사이를 왔다 갔다 해야 한다고 빅토리아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마린랩스(MarineLabs)의 CEO인 스콧 비티는 사카이 매거진에 말했다.
심지어 수백 명의 승객을 안전하게 운송해야 하는 페리 선장도 윈드서핑 게시판에 접속해 정보를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공 지능이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비티의 회사는 더 안전한 운송을 위해 새로운 머신 러닝 기반 일기 예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비티는 윈디(Windy) 및 윈디파인더(Windfinder)와 같은 기존 날씨 앱이 거의 모두 동일한 정부 예보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이용자들이 인식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2017년부터 마린랩스는 60개 이상의 새로운 기상 부표와 센서를 배치해 캐나다 최대 서해안 항구인 밴쿠버와 프린스 루퍼트 인근, 캐나다 동해안 항구 주변, 미국의 한 사이트에서 추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마린랩스의 장치는 15분마다 실시간 바람과 파도 데이터를 디지털 대시보드에 업로드하며, 일부는 360도 사진도 촬영한다.
비티는 9개월 정도의 센서 데이터만 있으면 머신 러닝을 통해 고 말한다.
예를 들어, 얕은 암초에서는 바람이 많이 불거나 파도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
이러한 패턴에 대한 자료로 무장한 이 스타트업은 지난 7월부터 유료 서비스로 로컬 예보를 낼 수 있게 됐다.
비티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20년 전만 해도 선원들은 기압계를 보고 해양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폭풍을 피해다녔다.
반면 이제는 지역 밀착형 일기 예보를 통해 해안 도선사와 항만 당국은 폭풍이 닥치기 전에 선박을 서둘러 항구로 입항시킬지 아니면 바다로 나가도 될 지 결정할 수 있는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게 됐다.
비티는 “깔아놓은 부표를 보고 (시야가) 제한되는 것을 확인하면 너무 늦기 전에 운항을 취소할 수 있다"라고 사카이 매건진에 말했다.
아주 작은 해역을 대상으로 하는 예보에 대한 시도는 이 기술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2014년 캐나다 동부 해안의 해안 도선사들이 노바스코샤 주 핼리팩스 항구에 기상 부이를 설치한 지 1년 만에 70만 배럴의 석유를 운반할 수 있는 유조선 오스트랄리안 스피릿이 악천후로 방향타를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도선사들은 부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예측을 통해 예인선이 고장난 선박을 항구로 유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잔잔한 상태가 되는 48시간의 기간을 파악했다.
부표 설치를 주도한 은퇴한 선장 앤드류 레이는 “정말 순조로웠다”라고 말했다.
이제 마린랩은 캐나다 노바스코샤 해안에 여러 개의 센서를 설치하여 상황을 더욱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원래의 부표가 오프라인 상태가 되면 이를 대체하는 역할을 한다.
35년 동안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을 핼리팩스 항에 입항시키는 일을 해 온 레이는 더 나은 지역 예보가 해운업계의 탈탄소화 노력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선박 선장들이 폭풍으로 인해 항구로 가는 길이 막힌다는 것을 미리 알면 대부분 악천후를 피하기 위해 속도를 줄여 연료 사용량을 줄이고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마린랩스는 선장들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많은 회사 중 하나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오파오션(Sofar Ocean)을 비롯한 다른 회사들은 해양 기상 모니터링의 광활한 해역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표류 부이를 배치하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본사를 둔 투모로우.아이오(Tomorrow.io)는 2023년에 첫 모니터링 위성을 발사하여 맞춤형 AI 기반 예보에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그리고 더 큰 규모의 기술 대기업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화웨이 등은 전 세계 날씨를 모델링하고 예측하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 예보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한다.
윤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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