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린이들이 정부를 고발한 이유..."지구온난화 대책 미흡하다" 동아시아서 처음으로 헌재 소원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브라질 등은 이미 기후변화 소송 활발
소송에 거부감 강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한국이 처음
"향후 동아시아 지역에서 후속 고발이 이뤄질 가능성 높아져"

윤구현기자 승인 2024.05.22 12:34 | 최종 수정 2024.05.22 16:39 의견 0
(서울=연합뉴스) 기후 헌법소원 마지막 공개변론일인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청소년기후소송·시민기후소송·아기기후소송·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공동 기자회견에서 최종진술자인 아기기후소송의 청구인 한제아 어린이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한국 어린이들이 정부의 기후변화 대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부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 이에 따라 동아시아에서도 유사 소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저명 과학잡지인 영국 네이처는 이런 내용을 기획 기사를 내놓으면서 큰 관심을 보였다.

현지시간 20일 게재된 기획에 따르면 한국 헌재는 21일 관련 헌법소원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이 재판은 대한민국 정부가 기후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내용을 문제삼아 제기됐는데, 청원 주체는 유아, 어린이 및 성인,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어린이를 포함한다.

원고들은 정부의 기후변화 목표가 너무 약하고 따라서 건강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논지를 펼치고 있다.

특기할 만한 점은 동아시아에서 이런 소송이 벌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인도 브라질에서는 관련 소송이 진행된 적이 있다.

법률 대리인인 윤세종 변호사는 "전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2020~2023년 제기된 4개 소송을 병합한 것이다.

4개의 소송 가운데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를 대신해 부모가 제기한 것도 포함된다.

태아는 지금 한 살이 됐는데, `딱따구리'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일본 교토기후적응센터 마사토 이치하라 연구원은 "우리 사회가 딱따구리로 대변되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들을 지구온난화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걸 상징한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헌재의 판단이 연내 나오는 게 중요하다며 그래야만 대한민국 정부가 UN에 제출할 이산화탄소 저감계획 수정안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40% 저감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세계 각국이 이런 정도의 저감에 그친다면 21세기말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3도나 오르게 될 거라는 점이다.

2015년 파리의정서는 지구 온도 증가를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막기로 국제사회가 합의한 것이다.

윤 변호사는 "헌재 판단에서 승리한다면 정부의 이산화 탄소 저감목표치를 끌어 올리는데 있어 효과적인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한국 헌재에서 원고들의 손을 들어 준다면 아시아 지역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이치하라 연구원은 전했다.

이치하라 연구원은 다만 "아시아 권역에서 소송을 통한 문제해결은 선호되지 않는다"며 "소송은 그야말로 최후의 방법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영국 글래스고 대학에서 과학과 정책 사이의 연관성을 전공하고 있는 밍즈 주 연구원은 이에 대해 "아시아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고, 관련 소송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경우 지난 수십년간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또 "만약 헌재에서 원고들이 패소한다면 추가적인 문제 제기를 헌재가 받아들이지 않게 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를 패배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즉 패배를 했더라고 사회적 관심을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기 때문에 `성공한 실패'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윤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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