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거버넌스포럼 " LG CNS 상장, 한국의 지주회사 제도를 진지하게 돌아볼 때가 되었다"

주주간 이해충돌과 경제력 집중 문제를 심화시키는 모자회사 동시상장, 중대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요인

하나의 사업에는 하나의 주식만...지주회사든 자회사든 하나만 남기도록 하는 정책적 논의를 시작할 때

윤구현기자 승인 2025.01.13 11:53 의견 0
지주회사 PBR <자료=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기업공개를 진행중인 LG CNS의 중복상장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한국기업거버너스포럼은 13일 논평을 내고 LGCNS 상장은 모자회사 동시상장으로 인한 지주사 디스마운트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논평 주요 내용.

지난 주 LG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인 LG CNS가 상장을 위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희망 공모가 최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약 6조 원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 날 ‘중복상장이 아니다’라는 CEO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오래 전 설립했고, 지주회사에서 물적분할한 회사가 아니며, 오랫동안 비상장 거래소에서 거래되어 왔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중복상장 문제에 관해서 사실 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에 따른 ‘물적분할 후 5년 전 상장’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원래 LG CNS의 가치가 지주회사인 (주)LG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주)LG의 주요 자회사들은 이미 대부분 중복상장 되어있다.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HS애드 등 주요 자회사들은 이미 모두 상장되어 있으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디앤오, LG경영개발원, LG스포츠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LG CNS가 (주)LG의 유일한 대규모 비상장 자회사였다.

따라서 기존에 LG CNS의 사업을 소유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주)LG의 주식을 사는 것이었는데, LG CNS 상장 이후에는 LG CNS에 직접 투자하면 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주)LG 주식을 살 이유가 없어진다.

(주)LG의 자산이나 이익에서 극히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디앤오나 LG경영개발원, LG스포츠 사업을 소유하기 위해 (주)LG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LG CNS 상장으로 (주)LG의 모든 주요 자회사들이 상장된 상황에서, (주)LG 주식은 고아 주식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IPO에서 신주모집을 통해 LG CNS가 조달하는 자금은 약 6천억원이다. 만일 IPO를 하지 않고 주주배정 증자를 했다면 대주주 (주)LG가 부담해야 되는 자금은 약 3,100억원이다.

현재 (주)LG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순현금은 약 1.5조원이므로 자금 여력은 넘친다. 2대주주 PE의 구주매출과 장내매도를 통한 엑싯 목적 외에 굳이 IPO를 해서 모자회사 중복상장으로 인한 모회사 디스카운트를 유발할 이유가 있을까?

LG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많은 족적을 남겨 왔다. 2002년 최초로 인적분할 후 현물출자 방식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한 후 170개 이상의 기업집단이 이를 따랐고, 2020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후 상장으로 자본시장 제도 개선 논의를 촉발시켰다.

이번 LG CNS 상장을 바라보며, 중복상장 문제의 뿌리인 한국의 지주회사 제도에 대한 근본적이고 진지한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지주회사는 기본적으로 경제력 집중을 쉽게 하기 위한 제도다. 지배주주가 자기 돈이 아닌 회사 돈으로 자회사를 간접 지배하고 손자회사, 증손회사로 계속 지배력을 확대시켜 나갈 수 있는 ‘피라미드’ 구조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19세기 말까지 미국에서 금지되었고, 2차 대전 이후 일본에서 해체된 후 오랫동안 금지되었으며, 우리 공정거래법에서도 1998년 이전까지 금지되었었다.

이런 지주회사가 ‘지배구조 투명화’라는 명목 하에 허용된 가장 큰 이유는 한국 대기업집단의 복잡한 순환출자 때문에 기업 매각 등 구조조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남의 돈으로 쉽게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지주회사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자회사나 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도록 하는 보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은 세법으로 자회사 지분율이 80% 미만이 되면 자회사 배당에 대한 모회사 법인세 면제 혜택을 대폭 줄인다 (연결납세에서 제외).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의 상장 자회사 지분율 하한은 1998년 도입시의 30% 그대로다. 오히려 2004년 개정시 20%로 내려갔다가 2021년에서야 다시 30%로 올라왔다.

세금은 미국과 정반대다. 자회사가 모회사로 배당할 때 지분율이 20%만 넘으면 배당소득에 대한 모회사 법인세가 80% 면제된다. 지분율 50% 이상이면 전부 면제다.

LG 방식으로 지주회사 만들 때 지배주주가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를 주식 처분시까지 미뤄주는 제도는 또다시 2026년까지 연장되었다 (조세특례제한법 제38조의2). 게다가 지난 2010년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주회사 주식을 ‘상속’해도 양도소득세 납부를 미뤄주도록 한 잘못된 법 개정은 아직도 바로 잡히지 않고 그대로다.

2025년, 도입 27년이 된 한국의 지주회사는,

1) 무려 70%의 타인 자본을 이용한 자회사로 지배주주의 지배력 확장을 인정 받고,

2) 절반도 되지 않는 지분을 보유하고도 자회사의 다른 주주는 종합소득 분리과세도 받지 못하는 자회사 배당 소득세를 80% 면제 받으며,

3) 지주회사의 지배주주가 원래 냈어야 하는 양도소득세는 자손 대대로 면제되는,

그야말로 창업 가족들의 영속적인 기업집단 지배 유지를 위한 최적의 법인 도구로 진화 중이다.

윤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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