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쓰레기의 역습 ①부> 3. 버려진 통발, `생물 무덤' 되는 악순환

넓고 깊은 줄만 알았던 바다가 갈수록 쌓이는 쓰레기로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버린 그물·통발·낚시줄에 걸려 해양생물들이 죽어가고 있다. 잘게 쪼개진 플라스틱은 물고기를 거쳐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해양 쓰레기가 불러온 재앙의 현장을 둘러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본다. <뉴스커런트·팀부스터·OSEAN 공동기획>

윤구현기자 승인 2024.05.30 13:48 | 최종 수정 2024.06.28 16:32 의견 0
쥐노래미 포항시 구룡포 ©김동현 Instagram @diver_hyun/ 해양쓰레기 생물피해 사례집 2

2020년 11월 경북 포항 구룡포 앞바다 수심 25m에 위치한 인공어포를 조사하던 중 폐통발을 발견했다. 통발 안에는 살아있는 쥐노래미를 비롯해 성게 멍게 등 많은 동식물들이 갇혀 있었다.

인공어초가 물고기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설치된 것이어서인지 폐통발 주변에는 쥐노래미와 다른 어종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빨리 수거하지 않는다면 피해가 반복될 것이다.

쥐노래미는 쏨뱅이목 쥐노래미과의 바다어류로 한국과 일본 해역에 분포한다.

흔히 노래미로 통칭되지만 식용으로 쓰이는 건 쥐노래미다. 쥐노래미는 복부가 회색인데 반해 노래미는 황색이다.

주로 암초지대에 서식하는데 부레가 없어 바닥 가까이서 활동한다.

산란기 이후 수컷이 알을 지키는데 이 때 수컷은 오렌지색으로 몸빛깔리 짙어지며 산란기가 지나면 없어진다.

산란기는 10~11월이며 알을 낳아 돌에 붙이고 수컷이 부화할 때까지 지킨다.

포식성으로 먹이는 어류 게류 새우류 등이다.

인공어초가 수산생물의 생육장으로 기능하기는 하지만 풍부해진 수산생물을 잡으려 어업활동이 어초 주변에서 늘어나기 마련이다.

걸리기 좋은 구조 탓에 어구가 유실되면 인공어초 주변에 모이는 경우가 많다.

인공어초의 아이러니다.

한 번 유실된 그물이나 통발로 인해 생물 피해가 일어나고 그 생물들을 먹기 위해 주변을 맴돌던 생물들이 다시 그물이나 통발에 붙잡히는 악순환이 생긴다.

매년 페통발 수거를 위해 많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폐통발과 문어 경남 홍도 ©김혜진 Instagram @moskino24/ 해양쓰레기 생물피해 사례집 2

2020년 10월 경포 앞바다 해중 공원의 수심 24m 모레밭에서 폐어구 수거 활동 중 발견한 것으로서 폐통발 안에 죽은 지 오래된 작은 문어가 다리가 뜯긴채 하얗게 변해서 죽어 있었다.

폐통발도 버려진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듯 그물코가 부유물로 뒤덮여 있었고 원줄에서 떨어져 나와 이리저리 바닷물에 흔들리고 있었다.

문어는 한해성 동물로 우리나라 일본 알래스카 북아메리카 캘리포니아 등 태평양 북부에 널리 분포한다.

낮에는 바위의 구명 등에 숨어 있다가 밤에 나와서 갑각류 조개류 등을 잡아 먹는다.

봄 여름에 바위 밑에 송이 모양의 알을 낳는다.

위기에 처하면 먹물을 뿜어 탈출한다.

수명은 3~4년 정도이다.

동굴이나 구멍에 숨는 성질을 이용해 사람들이 설치하는 문어단지나 통발에 잘 걸린다.

발견 당시 통발 안쪽에는 미끼 등이 남아있었다.

통발에 미끼를 넣어 유인하면 대상 생물들이 통발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폐기된 통발에도 이처럼 생물들이 갇히고 썩어가게 된다.

갇힌 생물은 살아있는 미끼가 돼 또다른 생물을 유인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붕장어 강원도 양양 ©박정렬 Instagram @r_u_r_u_k_a_/해양쓰레기 피해 사례집 2

2020년 10월 강원도 양양 남애항 앞바다 수심 25m 지점에서 폐통발에 갇힌 장어를 발견했다.

주변에는 10여 구의 폐통발이 더 있었으며 통발 안에는 다양한 생물과 물고기 사체들이 모여 있었다.

붕장어는 거의 원추형으로 생겨 장어와 비슷하다.

몸길이는 90cm이상에 달하며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한다.

몸 빛은 등쪽은 다갈색, 배쪽은 백색이다.

등지느러미 뒷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 가장자리는 아주 검다.

붕장어는 `아나고'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일본말이다.

자산어보에서는 해대려라 하고, 그 속명을 붕장어라고 했다.

도루묵 강원도 고성군 야이진항 © 도루묵 김혜진 Instagram @moskino24/ 해양 쓰레기 피해 사례집 2

2020년 12월 강원도 고성군 아야진항 인근 바다에 도루묵 폐통말이 많다는 정보를 듣고 확인차 입수했다가 발견한 사례다.

여러 마리의 성체 도루묵들이 산채로 갇혀 있는 모습이다.

도루묵은 길이 26cm까지 성장하며 몸은 옆으로 납작하다.

수심 200~400m의 모개가 섞이 뻘 바닥에 몸을 반쯤 묻은 채 서식한다.

작은 새우류 요각류 오징어류나 해조류 등을 먹는다.

도루묵은 11~12월 산란기가 되면 얕은 바다로 올라오기 때문에 이 시기에 불법 수확이 대거 발생한다.

산란철 어획을 금하고 단속하고 있지만 알 밴 도루묵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통발을 대거 설치했다가 단속이 나오면 방치하는 행위가 반복된다.

산란기 무분별한 통발 어획이 지속되면 개체수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윤구현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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